[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지난 해 평범한 50대 여성 A씨가 보험사기에 연루된 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본 ‘안과 무료 검진권’ 때문이었다. 자신을 병원 광고 대행사 대표라고 소개한 B씨는 무료 검사는 물론이고 서울시내 한 안과에서 1000만 원 상당의 시력 교정 수술까지 공짜로 받게 해 주겠다고 했다. 병원과 짜고 실손보험 처리가 되는 백내장 수술을 한 것처럼 꾸미는 수법이었다.
수술을 받고 나자 B씨는 A씨에게 다시 달콤한 제안을 했다. 다른 환자를 데려오면 수술비의 10%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별다른 수입이 없던 A 씨는 동네 친구, 교회 지인 등을 끌어들였다. 가입한 보험을 활용해 보험금을 받았고, 지인들에게 좋은 정보를 전해준 것 뿐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A 씨 같은 사람은 200명이 넘었다. 대규모 보험사기단의 일원이 된 것이다.
최근 A의료광고법인은 전국 각지에 본부를 차려놓고 업체당 100~150명에 달하는 브로커를 다단계 방식으로 활동케 하면서 보험사기를 일삼았다. 주로 전·현직 보험설계사들이 브로커로 나서서 직접 가짜 환자가 되거나 다른 환자를 모집해 병원해 소개해준 뒤 수수료를 받아챙겼다.
이처럼 지난 해 233억원 규모의 보험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치료병명과 치료내용 등을 조작해 보험금을 허위 청구하는 행태부터, 여러 병원이 짜고 브로커를 통해 불법적으로 환자를 알선하는 사례도 발각됐다.
금융감독원은 건강보험공단, 생·손보협회와 함께 ‘2020년 공·민영보험 조사’를 벌인 결과 이러한 브로커일당과 함께 25개 의료기관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적발한 피해금액은 233억원에 이른다. 최다 적발 유형인 사고내용 조작은 실제와 다르게 치료병명·치료내용 등을 조작해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전적 수법인 ‘실손보험 사기’가 여전히 극성을 부린다. 이번에 적발된 병원 25곳 중 14곳이 실손 보험사기와 연관이 있었고, 피해액은 58억원이었다. 병원이 가짜 진단서와 진료비영수증 등을 발급해줘 환자는 실손보험금을, 병원은 건강보험급여를 가로채는 수법이다.
이번 조사에선 의료광고법인으로 위장해 보험사기를 일삼은 브로커조직을 잡는 성과도 올렸다. 기업형 의료광고 브로커 조직이 여러 병원과 공모한 사기를 적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사기 수법이 다단계, 점조직 방식으로 대형화되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의 유명 병원들이 이들의 범행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피해자인 보험사 측에서 민사소송 등을 진행할 경우 손해배상금 등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실은 인정되기 때문이다. 수입이 없는 50, 60대 여성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에 가담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사회 안전망의 한 축은 보험이다. 100세 시대로 고령화가 고착되고 건강한 삶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보험의 중요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보험이 비도덕적·반인륜적인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