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과 지방은행 등 영업점포 수가 부족한 금융사들의 대출비교 플랫폼에 대한 영업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비교 플랫폼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는 것에 대해 '빅테크 종속'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과 지방은행이 토스·카카오페이·핀다 등 온라인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취급한 대출 규모가 급증해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애큐온·SBI·유진·모아·페퍼·상상인·한국투자·KB·웰컴·OK저축은행 등 10개 저축은행의 누적 신규 개인신용대출 12조2215억원 중 18.9%가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0.7%, 2020년 6.8%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애큐온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1조422억원 중 절반이 넘는 5397억원(51.8%), 모아저축은행의 경우 3553억원 중 1558억원(43.9%)이 비교 플랫폼을 통해 취급됐다.
시중은행보다 적은 점포 수를 운영하는 금융사가 대출비교 플랫폼으로 옮겨가며 온라인 영업 비중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3257개인 반면 같은 기간 79개 저축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304개로 축소됐다.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대출확대는 역시 영업점포 수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에도 나타나고 있다.
광주은행은 올 1~7월 1조8970억원의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했는데 이 중 15%(2874억원)가 플랫폼을 통한 대출이었다. 전북은행은 전체 개인신용대출(1조4563억원) 가운데 18%(2703억원)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소매금융 철수를 앞둔 한국씨티은행도 7월까지 실행한 1조7378억원의 개인신용대출 가운데 23%(4019억원)가 플랫폼을 거쳤다.
부산은행에서 비교 플랫폼을 통해 나간 대출은 지난해 전체 7조6698억원 중 1.4%에 불과했으나 올 1∼7월 4조3250억원의 5.2%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금융사들의 빅테크 종속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고객이 단순 송금뿐만 아니라 대출까지 금융사가 아닌,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면서 금융사가 단순히 빅테크에 상품을 제공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출비교 플랫폼의 등장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일부 금융사의 비용절감을 도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빅테크 종속으로 인한 폐해도 점점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