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김영삼 정부에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을 지낸 이경식 씨가 지난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이 전 부총리는 YS 정부의 대표적 경제 관료로서 문민정부 출범 후 초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1993년)에 취임했고, 한은 총재(1995∼1998년)까지 이어 맡았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며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빙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귀국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경제인들의 친목단체인 21세기 경영인클럽 회장을 맡아왔다.
이 전 부총리는 부총리 시절 당시 김명호 한은 총재와 호흡을 맞춰 금융실명제 정착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은의 독립성과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도 큰 기여를 했다. 한은이 가진 은행감독 기능을 은행감독원에 보내는 대신 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한은 총재로서 임창렬 당시 경제 부총리와 함께 1997년 12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지원서에 서명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다만 1999년 국회 IMF 환란 조사특위에 한은이 제출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이 전 총재가 이끌던 한은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앞서 8개월 전인 1997년 3월 외환위기의 조짐을 느끼고 IMF 긴급자금의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3년 경북 의성 출신인 이 전 부총리는 1957년 고려대 상대를 졸업하고 1981년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97년에는 세종대에서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7년 한은 조사부에서 공직에 첫발을 디딘 뒤 경제기획원 기획국장(1971년), 체신부 차관(1976∼1979년)을 거쳐 대우자동차 사장(1987년), 한국가스공사 사장(1991년) 등 민간·공기업 대표도 역임했다.
▲ 이경식씨 별세 = 15일 23시. 서울성모장례식장 31호실, 발인 18일 오전 11시. 서울시립승화원-신세계공원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