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최고 경영진으로 구성된 TF 꾸려…계열사·기술력 총동원"
"모더나 최고 경영진과 대화 창구 열어 수시로 의견 교환"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위탁 생산한 모더나 사(社) 코로나19 백신이 이번 주 국내에 처음 공급되기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했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7일 재계와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백신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경영 행보를 재개하면서 가장 먼저 모더나 백신 생산 계획부터 챙겼다는 후문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삼성 계열사 최고 경영진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모더나 최고 경영진과 직접 신뢰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모더나 백신 국내 공급 일정이 연말에서 10월로 앞당겨졌다는 얘기다.
모더나와 협력해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은 갖췄지만, 인허가 문제 등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었던 삼바는 특히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처음 생산하는 터라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라는 목표 자체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당시 국내 백신 상황 등을 고려해 삼성의 기술과 리소스를 집중해 생산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가석방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반도체 산업 및 코로나19 백신 관련해 이 부회장의 역할을 언급하는 등 이 부회장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이 높을 때였다.
이는 삼성전자와 삼바,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삼성 최고 경영진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 구성으로 이어지고, TF 구성 이후에는 삼성 특유의 '스피드 경영'이 발동됐다. TF는 생산 공급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체크 리스트를 작성, 점검하고 매일 컨퍼런스콜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준비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 신화' 창출로 이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히면서 바이오 경영진과 임직원에게 책임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필요에 따라 각 계열사의 다양한 노하우와 전문가들을 즉시 투입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한편,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문제도 신속하게 대응했다.
삼성전자 스마트 공장팀은 생산 초기 낮았던 수율을 끌어올렸고, 까다로운 이물질 검사 과정에는 관련 노하우를 확보한 삼성전자 반도체 및 관계사 전문가들을 투입했다.
이 부회장은 오랜 지인이 모더나와 거래관계에 있는 것을 알고, 그를 통해 모더나 최고 경영진을 소개받는 등 모더나와의 신뢰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이 부회장과 모더나 최고 경영진은 지난 8월 화상회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인 백신 생산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같은 '모더나 백신 생산 협업 체제'가 가동된 뒤 두 달 만에 삼바가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은 당초 연말에서 10월로 앞당겨졌고, 동시에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제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