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나서자 돈을 놀리지 않으려는 은행들이 기업대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다만 상환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은행돈이 몰리면서 향후 기업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집계를 종합하면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총 628조6494억원으로 작년 말(575조6283억원) 대비 9.2% 늘었다.
제2금융권에서도 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48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3.1% 증가했다.
보험사의 상반기 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말보다 3조8000억원(3%) 늘어 13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 기업대출 증가세의 주된 원인으로는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6%대로 묶이다보니 금융사들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기업대출밖에 없어, 각 은행들이 치열하게 영업경쟁을 펼친 결과”라고 봤다.
문제는 비교적 부실 위험성이 높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10월 은행의 총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대출은 무려 92.3%를 차지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출액 증가율에서도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 말 대비 대기업 대출이 3.8% 증가하는 동안, 중기 대출 증가율은 9.5%에 달했다.
특히 자영업자가 포함된 개인사업자 대출은 8.6%나 증가했다.
대출금리가 추가 인상이 예견되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 배율(기업이 벌어들인 돈 중 갚아야 할 이자비용)이 1미만인 기업 비율이 26%였다. 다만 이자율이 1%상승할 경우 이자보상배율은 30%까지 높아진다.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1실장은 "3월 조치 종료 이후 은행 건전성 지표에 충격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며, 금리 인상 이슈에 코로나19 상황까지 감안해 금융사들의 건전성 관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