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본격화로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자유입출금 통장처럼 언제든 고객이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대신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 예금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싸게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수단이다. 국내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규모가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은행권의 이자 마진 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27조3916억원으로 전월보다 1.6% 줄었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계절적, 월별 요인으로 증감이 반복되는데 액수로 따르면 한 달 만에 10조1866억원이나 축소한 것으로 감소폭이 큰 편이다.
이처럼 지난 달 은행의 요구불예금 감소폭이 큰 건 추석 상여, 성과급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설, 추석 등 명절이 있는 달에는 요구불예금이 증가하고 그 다음달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요구불예금의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요구불예금에 남아 있던 부동자금 중 상당 부분이 금리 상승기에 정기예금으로 빠진 영향도 있다.
주식, 가상자산(암호화폐) 등 투자 여건이 좋지 않으면 보통 요구불예금 통장에 돈이 몰리는데 수신 금리가 모처럼 올라 정기예금으로 흘러간 것이다.
실제 지난달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52조8753억원으로 전월대비 20조4583억원(3.23%) 불었다.
은행 입장에서 요구불예금 축소는 마진 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은 은행이 싸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주요 상품이기 때문이다.
요구불예금은 약정 기간이 없이 고객이 원할 때 내주는 조건인 만큼, 은행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가 거의 없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그룹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당기순이익은 14조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급증했다.
5대 금융그룹 모두 3분기만에 지난해 전체 순이익을 뛰어 넘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다만 역대급 실적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은행권의 향후 행보에 요구불예금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이달과 내년 초에 단계적으로 추가 인상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앞으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요구불예금 축소를 얼마나 잘 방어하느냐가 수익성을 판가름할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