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가난한 부자'로 살지 않겠다...‘라테효과’와 부동산정책
더 이상 '가난한 부자'로 살지 않겠다...‘라테효과’와 부동산정책
  • 정종석
  • 승인 2021.11.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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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로 내년 대선 100일 앞으로 다가와...종부세 고지와 함께 여야 후보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 문제로 대결
지금 커피 한 잔 값 아끼면 든든한 노후 자금 마련할 수 있다는 '라테효과', 아무리 강조해도 먹혀들지 않아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우리나라 격연에 ‘티끌모아 태산’이 있다. 절약과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요즘에는 '카페라테 효과(caffe latte effect)'라고도 한다. 미국의 재테크 전문가 데이비드 바흐(David Bach)가 쓴 《자동적 백만장자 The Automatic Millionaire》(2004)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되어 알려진 개념이다.

까페라테 효과란 사람들이 하루에 한잔 4000원 하는 까페라테를 마시지 않고 꾸준히 모으면 한 달에 12만원을 절약할 수 있고, 이를 30년간 지속하면 물가상승률과 이자 등을 감안해 목돈을 2억원까지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4000원씩 30년 모으면 4380만원에 그친다. 그러나 복리로 투자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1년간 모은 144만원을 연간 수익률 6%로 가정해 투자한다면 10년 후에는 2000만원, 30년 후에는 1억2000만원이 된다.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하고 커피값 인상까지 고려하면 30년 뒤에는 2억원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엄청난 금액이다. 라테효과는 커피 한 잔 값만 아껴도 든든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절약하고 저축해서 알뜰살뜰 자산을 늘려가는 것은 부모 세대의 재테크 방법이었다. 금리가 뒷받침 해주던 시대에는 그렇게 한푼 두푼 모아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자산 축적 수단이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커피를 매일 마시지 않고 절약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젊은 세대들은 저축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부모 세대가 했던 방법으로 자산을 늘리라는 요구는 사실상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20대와 30대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고, 과감한 투자로 큰돈을 챙긴 사례가 주위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그러니 한푼 두푼 모아 목돈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꺾일 수 밖에 없다. 성실로 무장돼 한푼 두푼 저축을 하는 것이 몸에 익은 기성세대가 지켜볼 때는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이미 말릴 수 없는 지경이다.

금융당국, 가계대출의 전체 규모를 잡는 데 급급해서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정책 밀어붙여 

기준금리 1%대 시대에 역대급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일부 다주택자들이 세금 득실을 따지며 매도 여부를 저울질했지만 매수자들의 자취를 감추면서 일종의 '버티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이렇듯 과열된 부동산 시장은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진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해부터 계속되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으로 가계부채는 연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젊은이들의 ‘영끌’이나 ‘빚투’는 분석적이고 전략적이지 못하다. 금융당국이 최근 시중은행 담당자들을 불렀지만,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청문회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상환 능력 중심의 대출 관행을 정립하는 등 최우선 순위를 두고 대응하겠다”답변했다.

약 3개월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금융당국이 내세웠던 상환 능력 중심의 대출 관행 정립, 선제적 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브레이크 없이 증가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급기야 은행들이 차주의 상환 능력에 상관없이 대출 판매를 중단하거나 대출금리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고신용자의 금리 상승폭이 저신용보다 크거나 은행권 금리가 상호금융권보다 높아지는 등 ‘금리 왜곡 현상’도 발생했다. 그로 인한 피해는 대출받기도 힘든 데 높은 이자 부담까지 지게 된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은행으로서는 금융 당국이 제시한 5~6%대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지키기 위해 대출 중단 및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 가계대출의 전체 규모를 잡는 데 급급해서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한 대출 중단, 우대금리 축소를 통한 금리 인상 효과 등의 문제는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종부세 '폭탄'에 대출규제·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다주택·갭투자자들은 '3중고'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금리인상으로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물 급증으로 '우하향' 집값을 예고하고 있지만 아직은 정중동(靜中動)의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젊은이들 웬만한 부자가 되더라도 만족 못해...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자기 집 장만 못 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월세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집값이 많이 올라 종부세 등 보유세가 사상 최대로 늘어난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조세 부담을 전가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지 못하고 정부가 국민만 때려잡는다는 볼멘소리가 월세 난민들 사이에서 속출하고 있다.

집값이 계속 뛰는 것은 주택 수요가 공급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와 유동성 증가가 주택 수요를 증가시켜 집값을 올렸다. 이번에 집을 사지 못하면 영원히 뒤쳐질 것 같은 불안감이 수요를 키웠다.

오는 29일로 제20대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다. 종합부동산세 고지와 함께 여야는 최근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 문제로 팽팽히 맞붙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전체 인구 10%에 해당하는 고가의 부동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증세하는 국토보유세 신설을 공약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종부세로 대표되는 부동산 세금 정책에서 정 반대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이른바 부동산 대선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웬만한 부자가 되더라도 만족하지 못한다.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자기 집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가난한 부자'로 살지 않겠다는 외침이 도처에서 나온다. 커피 한 잔 값을 아끼면 든든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라테효과를 아무리 강조해도 먹혀들지 않고 코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성실하게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하면 잘살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지 못한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결과적으로 정책의 실패가 아닐 수 없다. 이러는 사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기를 통해 재산을 불린 졸부들은 오히려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됐다.

하지만 아직 사회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무리해서 부채를 떠안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은 위태로워 보인다. 내년 대선을 불과 100일 앞두고 도대체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매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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