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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잔치’ 빠진 은행들...눈 돌려 해외업무 영역 다각화해야
‘돈 잔치’ 빠진 은행들...눈 돌려 해외업무 영역 다각화해야
  • 권의종
  • 승인 2021.12.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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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한국경제가 다시 활개 펴기 위해 금융이 기여할 바 크고, 그 답을 세계화서 찾아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어떤 사람이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닭 한 마리를 사 왔다. 새벽마다 구성진 목소리로 잠을 깨워 주는 닭 울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자신이 사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수준에 맞게 닭장도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물과 먹이가 자동으로 공급되게 하는 장치도 했다. 그런데도 닭이 울지 않았다. 주인은 닭 장사를 찾아가 따져 물었다. “내가 웃돈까지 주며 잘 우는 닭을 달라고 부탁했건만 왜 울지 않는 겁니까?” 

닭 장사가 되물었다. “닭장은 잘 만들어줬습니까? 낮과 밤이 구별되는 조명이나 냉난방 시설도 갖췄나요? 모이나 물도 잘 주고 있나요?” 주인은 열을 내며 답했다. “모든 시설은 내가 사는 아파트보다 나은 수준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온도 조절 장치를 하고, 모이와 물이 자동으로 나오게 하는 첨단시설까지 설치했습니다.” 그러자 닭 장사가 이렇게 말했다. “그 닭이 뭐가 아쉬워서 울겠습니까?”

벤처신학자 조봉희 목사의 저저 <이기는 신앙>에서 요한계시록의 ‘사데 교회’를 설명하며 든 예화다. 사데 교회는 다른 교회들과 달리 환난과 박해가 없었다. ‘황금의 도시’라 불렸던 사데(Sardis)는 명성만큼이나 화려하고 풍요로웠다. BC 7세기 번성했던 리디아 왕국의 수도였고, 페르시아 제국 시절에는 소아시아 지역의 수도였다. 오랜 기간 동서교통의 요충지로서 번영했다. 

사데를 수비하는 성곽은 지정학적으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앞으로 팩톨루스강이 흐르고 삼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데다 해발 350m의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천혜의 방어 조건이었다. 농산물이 풍부하고 사금이 채취되어 아시아 최초로 금·은 주화를 주조했던 금융도시였다. 그러다 보니 교인들에게 긴장감이나 위기의식이 없었다. 겉보기엔 모든 게 풍족하고 훌륭한 교회였다. 하지만 신앙적으로는 ‘살았으나 죽은 교회’라는 책망을 받았다. 

보호막 속 국내은행...수익창출원을 예대차익에서 금융혁신으로 옮기고 글로벌 비중 높여야

1세기 무렵 사데 교회의 이야기는 21세기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국내은행은 정부가 쳐준 든든한 보호막 덕에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큰 노력 없이도 장사가 잘되는 판에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은행마다 역대급 실적을 이어오는 이유다. ‘사상 최대 이익’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올해만 해도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합계가 12조2,114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호실적이 금융경쟁력 향상과 무관하다는 게 문제다. 수익 대부분이 예대차익에 기대는 ‘동네 장사’에서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수요가 늘어난 데다 시장금리까지 오른 영향이 크다. 예금금리도 올랐으나 대출금리가 오르는 속도에 못 미쳐 은행은 이자 이익을 더 많이 쌓았다. 국내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 8월 2.12%포인트, 9월 2.14%포인트, 10월 2.16%포인트로 시나브로 늘고 있다. 

예대차익 차가 2%포인트를 넘은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것도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5조6억 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금융소비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가운데 유독 금융권만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국내은행은 수익창출원을 예대차익에서 금융혁신으로 이동하고 글로벌 비중을 높여야 한다. 레드오션으로 변모하는 국내시장에 안주하면 되는 게 없다.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은 국내 은행 산업의 수익성이 나쁘지 않으나, 앞으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 시장규모가 제한적인데다 장기근속자 비중이 높고 임금도 하방경직성이 강해 비용 면에서 불리하다. 

국내 환경 어렵고 경쟁 심할수록 해외로 나가야...‘우물 안 개구리’에서 ‘바다거북’으로 진화해야

지금도 은행이 노력은 한다. 4대 은행의 해외점포가 최근 3년간 매년 200여 개씩 늘고 있다. 그래도 해외점포가 순이익에서 점하는 비중이 6.5%에 그친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당기순이익은 7억3,300만 달러로 전년보다 줄었으나,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성은 높게 평가된다. 다만, 해외영업점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현지 요구에 맞는 혁신금융서비스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혁신 없는 국제 경쟁력 확보는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하다.

해외업무 영역을 다각화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따른 기업금융 위주로 운영해온 기존의 영업 범주를 넓혀야 한다. 리테일 사업 강화를 통한 현지화를 병행해야 한다. 투자은행(IB) 영업 활성화와 글로벌 금융 비즈니스 확대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 또한 필수적이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대인이 세계금융을 지배한 배경에는 특혜가 아닌 박해가 있었다. 차별과 탄압이 독이 아닌 약이 됐다. 국내은행은 안방에서 이자 장사나 하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눈여겨볼 만하다. 경제성장률이 높고 인프라 확충 관련 금융 수요가 늘고 있다. 높은 인구증가율 등으로 시장 잠재력도 큰 편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과 비슷해 국내은행 진출 시 비교우위가 기대된다.

어려움도 대응하기 나름. 국내 환경이 어렵고 경쟁 구도가 심할수록 해외 진출이 정도(正道)라 할 수 있다. 국내은행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바다거북’으로 진화해야 한다. 해외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다시 활개를 펴기 위해서는 금융이 이바지할 바 크다. 그리고 그 답을 세계화에서 찾아야 한다. 요새 안의 사데는 폐허로 변했으나 한국금융은 나라 밖에서 패권을 이어가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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