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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찐’목소리를 경청하라
대학생들의 ‘찐’목소리를 경청하라
  • 김성수
  • 승인 2021.12.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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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칼럼] 대선의 계절이다. 여야 모두 2030세대의 표심을 잡으려 애쓴다. 그러면서 MZ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명망가를 영입하여 경쟁한다.

하지만 정치 기득권층과 기성세대가 과연 그들과 진정으로 대화하고 존중한 적이 있을까. 나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젊은것들은 왜 그러느냐는 '꼰대'식 ‘라떼’ 타령과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한 청년세대와의 진정한 대화, 정치적 동반자는 허울일 뿐이다.

서른 해 넘게 대학에서 스물 안팎 청년들과 학문적 대화를 하면서 그들을 각각 X, Y, Z, M세대로 이름 짓고 구별지으려 했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의 목소리를 경청해보니 뭔가 달랐다. 무엇보다도 자기들을 기성세대 입맛에 맞게 이러쿵저러쿵 하나로 규정짓고 꼰대 노릇하지 말라고 항변한다.

맞다. MZ세대란 명명부터 그들의 다양한 속내와 주장을 직접 들은 게 아니라 사회학자, 전문가의 입을 통한 저널리즘, 인터넷의 반복되는 메가폰에 마취된 선입견이었던 것이다.

‘꼰대’에게 보내는 대학생들의 목소리

요즘 학생들은 지식 검색을 잘하는 키보드 워리어와 비판적 문제의식으로 학문 목적 글쓰기를 훈련 받은 지식인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영어공부와 원하는 직업을 고를 수 있는 스펙 쌓기에 내몰린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부품으로 학생들을 경쟁적으로 몰아넣는 사회구조와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 세 문장은 기득권층의 잔소리에 불과하다. 요즘 학생들은 저 586세대의 마법의 단어인 ‘구조’와 ‘개혁’ ‘비판적 문제의식’ 같은 낡은 용어와 개념 자체를 싫어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학생들의 반박이 경청할 만하다.

- 우리의 무식은 그대 때문이다. 우리를 무식하다고, 사회에 관심 없다고 잔소리하는 기성세대에게 묻고 싶다. 왜 꼭 대학생들은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왜 꽃다운 청춘을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보내야 하는가?

- 명문대 입시를 위한 금욕생활과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따랐던 고통에서 이제 좀 벗어났으니 마시고 놀자판을 벌일 수도 있지 않는가. 마음껏 놀고 마시는 것도 사랑과 친분, 책 바깥의 삶을 체험하는 젊은 날의 특권이다. 이제야 울타리에서 나와 진짜 세상을 경험 중이기 때문이다.

- 기성세대가 요즘 청년 학생들이 책은 읽지 않고 역사와 사회에 무관심한 채 돈과 외모만 중시한다고 하는 것은 비겁한 책임전가이다. 무능한 기성세대가 꼰대처럼 청년세대를 무식하고 이기적이라고 탓하기 때문이다.

- 대학은 재학 중에는 놀이공원이요 졸업하면 취업을 위한 간판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대입까지 18년간 입시교육에 찌든 보상심리가 대학을 망가뜨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꿈이 없는 꿈을 꾸게 하는 사회, 긁지 않은 복권을 휴지로 만드는 사회이다. 사회는 우리가 무식에서 벗어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학생들에게 드리는 변명

청년 학생들이 ‘흙수저 금수저, 조물주 위 건물주’ 같은 신자유주의적 팔자타령에서 벗어나 마음껏 꿈을 이룰 수 있게 기회 균등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자인한다. 대학은 취업 준비 학원으로 전락하여 상아탑 기능은 상실한 지 오래이며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원조차 인터넷 유머의 놀림감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와 교육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그 혜택을 당연하게 누리는 내 자신부터 부끄럽고 미안하다.

다만 기성세대의 청년 비판이 비겁한 책임전가일 뿐이라는 학생들의 일갈이 시간의 부메랑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5060학번은 전쟁과 기아, 절대빈곤에서 벗어나려고 희생했고 7080학번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독재와 싸웠다. 그런데도 X, Y, Z, M세대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1등만 강요하는 무한경쟁과 부의 대물림, 양극화에 맞서 싸우길 바란다.

그래서 잔소리꾼 꼰대로 욕을 먹더라도 고전과 인문학, 경제와 정치 공부를 강조하는지도 모른다. 주입식 교육만 받던 때는 몰랐던 새로운 관심사를 개척하라고 ‘고전독서토론’ 같은 강의를 늘려 자신과 세계를 통찰하게 하련다. 다만 학생 본인의 자발적 주체적 의지가 없다면 이 모든 노력은 무용지물이다.

요즘 시행되는 블라인드 채용이나 지역 할당제 등, 학벌주의와 결과지상주의를 극복하는 노력조차 기성세대와 소통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지식검색 기계’로 머문다면 쓸데없다. 2040년, 2050년 시점에는 후배에게 ‘비겁한 책임전가’만 일삼는 세대 갈등의 악순환이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기 바란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김 성 수
· 성균관대 학부대학 글쓰기 교수
· 북한문학 전공

· 저서
『카프 대표소설선』,1988
『통일의 문학, 비평의 논리』,2001
『프랑켄슈타인의 글쓰기』,2009
『한국근대서간문화사연구』,2014
『미디어로 다시 보는 북한문학: 『조선문학』의 문학·문화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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