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규제대상 피하기 위해 지분율 20% 이하로 낮춰"...업계, 현대차 올해 지배구조 개편 예상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이 지난 5일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 그룹에 매각했다. 이에 6일 오전 10시 3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전날보다 7.23% 오른 18만5500원에 거래되는 등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873만2290주 중 123만2299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251만7701주 전량을 시간 외 매매로 처분했다고 5일 공시했다. 처분 단가는 1주당 16만3000원으로 정의선 회장의 주식 매각대금은 2000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4100억원가량에 달한다. 이로써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23.29%에서 19.99%로 낮아졌다.
처분된 주식은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가 매입, 지분율 10%를 확보하며 3대 주주에 올랐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이번 매매가 현대글로비스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매각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수 일가 지분율을 낮춘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상장사의 경우 기존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운송을 위해 설립된 현대글로비스는 대부분의 물류 사업을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수주하고 있는 상황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되면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아울러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450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대주주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구조로의 지배구조 단순화를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회장 부자가 이번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대금과 함께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확보할 4000억원 등을 합한 8000억원 이상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 회장 부자는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활용할 현금 확보를 위해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 지분도 매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