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참사, 현산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정몽규 회장도 처벌하라"
"광주 아파트 참사, 현산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정몽규 회장도 처벌하라"
  • 임동욱 기자
  • 승인 2022.01.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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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실종자 6명 생사확인도 못해...전문가들 "콘크리트 굳기 전 작업 가능성..구조작업 최대 1달, 추가붕괴 우려" 진단

문재인 대통령, 근본적인 원인조사와 안전대책 강화 주문...광주 여야 정치권이 "이번 붕괴사고는 전형적인 인재" 책임론 제기

노동단체와 광주시민들 "정몽규 회장 등 경영진 처벌하라" 주장..."지난 해 6월 정몽규 회장이 광주 학동 참사 당시 광주시청 찾아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사적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책임져야 마땅" 강조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이 건설사의 무리한 일정 맞추기와 강풍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건물에 설치된 140m 높이의 크레인이 쓰러지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지난해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작업 붕괴사고에 이어 7개월 만에 또다시 광주의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킨 시공사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 안전기술·지도사)는 12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현장을 찾아와 "외벽 붕괴 사고 원인이 입주일자를 맞추려는 건설사의 무리한 시공 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자체조사를 위해 건설 현장을 찾아온 최 교수는 "한국의 10대 건설 대기업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이 기술사 입장에서 창피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불법 하도급"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나치게 빡빡한 일정 속에서 입주일자를 맞추려다 무리한 공사를 하다 보니 사고가 났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공학적으로는 건설 시 1개 층을 올릴 때 28일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통상 2주에서 3주가 소요된다. 그러나 해당 현장에서는 이보다 짧은 기간에 완공하려다보니 콘크리트가 채 굳기 전에 층을 올렸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너진 23~34층은 지난해 11~12월 공사한 층으로 추정된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사과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책임 통감”....오너인 정몽규 회장은 모습 안 보여

문제는 지금 무너져있는 부분이 추가로 붕괴될 우려가 있어 구조 작업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구조대 안전을 위해 (구조작업이)최소 1주일에서 최대 한 달까지 걸릴 수 있다"며 "외벽이나 기존에 붕괴된 부분이 추가로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도 위험 요인이다. 그는 "타워크레인이 약 20도 기울어져 있는데 무너지는 것을 월타이(wall tie·지지대)가 붙잡고 있다"며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고 쓰러진다면 반경 140m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현장 반경 200m 안에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과 주택가, 대형마트 등이 있다.

'범 현대가' 유명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잇달아 같은 지역 광주에서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이 회사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광주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진 사고와 관련,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이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저희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수사기관 조사와 국토교통부 사고원인 규명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이번 사고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리며, 전사 역량을 다해 사고수습과 피해 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광주시가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을 포함해 현대산업개발의 광주일대 모든 건축·건설현장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가운데, 온라인 공간에선 전국에 걸쳐 60여 곳에 달하는 현대산업개발의 전체 공사현장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이 안전상의 문제로 공사중단 사태까지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근본적인 원인조사와 안전대책 강화를 주문한 데 이어 광주 여야 정치권이 "이번 붕괴사고는 전형적인 인재"라며 건설사 책임문제를 공론화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아파트 참사 때 광주를 찾은 정몽규(왼쪽)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안전상의 문제로 공사중단 사태까지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정주영 회장 창사이래 최대 위기 봉착

이번 사고로 외벽이 붕괴된 화정 아이파크 입주 예정자들은 한마디로 '멘붕'에 빠진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무서워서 입주할 수 있겠느냐" "아예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 "옆 동도 불안한데 재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광주 뿐만 아니라 이참에 현대산업개발의 전체현장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안전진단을 진행해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며 현대산업개발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사고현장 신축 아파트의 재시공 등 처리방안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도 일단 정밀구조안전진단을 거친 뒤 완전철거 후 다시 지을 것인지, 구조보강을 거쳐 이번에 무너진 층만 재시공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설립된 한국도시개발이 모태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끈 현대그룹의 계열사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건설로 1군 건설사로 우뚝 섰으며, 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한 아파트 건설과 도시개발사업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1999년 3월 정주영 명예회장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의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결정하자, 정주영 회장의 셋째 동생인 '포니정'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그의 장남인 정몽규 현 HDC 회장(60)이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대가에서 분가했다.

정몽규 현 HDC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을 이끌면서 2019년 못다한 '모빌리티' 기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여건이 악화되자 인수를 포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참사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대형사고가 겹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됐다.

정몽규 회장은 학동 참사이후 현장을 찾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고, 이후 안전사고 방지대책까지 마련했지만 이번 사고가 재발해 다짐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학동 참사로 현장책임자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번 사고로 또 다른 법적 책임도 불가피

업계 관계자는 "도급순위 9위의 큰 회사가 큰 사고를 내고 불과 7개월 만에 똑같은 사고를 재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경영진을 포함한 회사 내부의 기강자체가 해이해져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아직 화정아이파크 사고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그의 책임과 관련해 '회장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학동 참사로 현장책임자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번 일로 또 다른 법적 책임도 불가피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달 27일 시행될 예정이라 경영진까지 구속될 수 있는 법적 처벌은 피해갈 것으로 보이지만, 총체적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과 책임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노동단체와 광주시민들은 정몽규 회장 등 경영진의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정몽규 회장이 광주 학동 참사 당시 광주시청을 찾아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사적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던만큼 책임지라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성명을 통해 “학동 참사에서 보았듯 현장의 책임이 가장 크고 무거운 현대산업개발은 빠져나갔다. 하청 책임자만 구속되었을 뿐”이라면서 “재해 발생 시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했다.

네티즌들은 "두번 연속 이런 사고를 내다니 회사를 신뢰하기 어렵다" "주택사업에서 손 떼라"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편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본사와 주요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지시했다.

안 장관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인근에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한 뒤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 및 책임자 엄중 처벌을 약속하며 이같이 밝혔다이날은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부가 올해 처음 전국 현장을 일제 점검하는 '현장 점검의 날'이기도 하다.

안 장관은 실종자 가족에 "타워크레인 안전문제 등 2차 사고 우려로 구조가 늦어져 송구하다""안전 확보와 함께 신속한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관계부처와 협조해 사고수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철저한 현장조사를 통해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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