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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현산 회장직 사퇴...‘축구 외도 9년’에 회사는 '풍비박산'
정몽규, 현산 회장직 사퇴...‘축구 외도 9년’에 회사는 '풍비박산'
  • 임동욱 기자
  • 승인 2022.01.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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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화정아이파크 완전철거·재시공까지 고려…회장직 사퇴"...지주사인 HDC회장직은 유지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 취임 후 3선...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광주 사고' 이후 현산 수주 사업 현장에서는 계약 해지 통보...축구협회장 직도 자진사퇴할 듯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17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수습책과 관련해 사고를 책임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아울러 해당 아파트의 완전 철거나 재시공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화정아이파크 현장 대책에 대해 "안전점검에 문제 있다고 나오면 수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면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좋은 아파트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설로 시작해 아이파크 브랜드를 통해 국민 신뢰로 성장했으나 최근 광주에서 2건의 사고로 너무나 큰 실망을 드렸다"며 "아파트의 안전은 물론 회사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참담한 말을 금할 길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다시금 고객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 수립해 실천하겠다. 정부기관과 힘을 합쳐 안전관리를 하면서 구조작업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신속히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특히 "이번 사고로 인해 피해자 가족분께 피해보상을 함은 물론 입주예정자와 이해 관계자들에게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민들이 평생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안전품질보증을 대폭 강화해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골조 등 구조안전보증 기간을 30년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해 지주사인 HDC 대표이사 회장직은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2선 후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이 결국 현대산업개발 회장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에 이어 7개월 만인 이달 11일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의 외벽이 무너지는 잇단 대형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의 수주 사업 현장에서는 계약 해지 통보가 이어지고 있고, 아이파크 브랜드 퇴출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총수의 결단 없이는 사태 진화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사고 당시에는 곧바로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것과 달리 이번 화정아이파크 사고 이후에는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하면서도 그간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해 왔다.

한편 연이은 ‘붕괴 참사’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이 창립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NO 아이파크’ 구호까지 번지며 1999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의 핵심인 건설 본업을 챙기는 것보다 ‘외도’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벼랑 끝에 서게 됐다.

특히 광주 시민들에게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이 붕괴되면서 버스를 덮쳤던 충격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7개월 만에 반복된 광주 건설현장의 외벽사고 대형 ‘인재’에 이용섭 광주 시장은 “신뢰하기 어려운 참 나쁜 기업”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에 분노했다.

그러나 이번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안전대책 수립 약속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한 데다 책임론이 거세지자 정 회장은 결국 사퇴를 발표했다. .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HDC그룹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대다수 그룹의 회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2022년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에 반해 정 회장은 HDC그룹이 아닌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신년사를 건넸을 뿐이다.

1999년 3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산업개발을 물려받은 정 회장은 ‘아이파크’ 브랜드를 키우며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그러나 현재는 본업인 건설업보다 ‘외도’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3선에 성공하며 9년째 축구협회장직을 유지하는 등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HDC그룹보다는 축구협회 행사에 더 자주 출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미련도 여전하다. 1996~1998년 현대차 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며 ‘육해공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업 셧다운으로 인수전을 포기했지만 모빌리티 사업에 미련은 여전하다.

그동안 정 회장은 HDC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영창악기 인수, 아이파크몰 운영, 면세점 사업 진출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집중해왔다. 다른 사업 등에 빠진 ‘외도’로 본업인 건설업에는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 브랜드를 앞세워 2004년 한때 시공능력평가 4위까지 오르며 톱5 대열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4년에는 도급순위가 13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대한축구협회장직은 물론 대한체육회 부회장직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오래 전부터 축구 등 스포츠계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 1994년 울산 현대의 구단주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회장이었을 때 전북 현대 구단주가 됐다.이후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맡으면서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가 됐고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이어 2013년에는 대한축구협회 회장까지 올랐다. 정몽규 회장은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회장과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 굵직굵직한 체육계 요직을 맡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공식 스폰서는 아니지만 그동안 대한축구협회는 정 회장의 지원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더구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렵게 협회를 운영하고 있어 재정 문제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공식 스폰서 기업의 경영인이 차기 협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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