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임원 중 여성 사내이사 1.8% 불과…대부분 사외이사로 채워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 중 이사회에 여성이 1명도 없는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 자본시장법이 8월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이런 기업들이 여성 이사 모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텍스는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167개 기업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등기임원 중 여성이 없는 기업은 77개(4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성 등기임원이 없는 77개 상장기업 중 54개 기업의 경우 올해 3월에 사외이사 138명의 임기가 만료돼 주총서 여성 등기임원을 새로 선임해야 하며, 23개 기업은 임기 만료 예정자가 없어 8월 이전에 등기임원을 여성으로 교체해야 한다.
8월부터 적용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 채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여성 등기임원이 1명 이상인 기업 수가 2년 새 51개에서 90개로 증가했고, 여성 등기임원은 59명에서 72.9% 늘어난 102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기업 내 영향력이 높은 사내이사는 4명 증가하는 데 그치고 비율도 전체의 1.8%인 9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여성을 대부분 사외이사로 채우면서 전체 여성 등기임원의 91.2%인 93명은 사외이사였던 것이다.
여성 사내이사가 있는 기업은 네이버, CJ제일제당, 호텔신라, 삼성SDI, 대상, 넷마블, 롯데칠성음료, 금호타이어, 대신증권 등으로 손꼽힌다. 이 중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임상민 대상 전무,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총수 일가이고 넷마블의 피아오얀리 텐센트 부사장과 금호타이어에 장쥔화 더블스타그룹 대표이사는 외국인이다. 나머지 4개 기업만이 여성 전문 경영인이 사내이사인 기업인 것이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 1명 이상의 여성이 있는 기업으로는 송효진 상무보가 사내이사, 조현옥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유일했다.
여성 사외이사들의 출신은 학계가 42명(45.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관료 출신 17명(18.5%), 재계 출신 16명(17.4%) 등의 순이었다.
카카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KB금융, 에쓰오일, 제주은행, OCI 등 10개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