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NH농협은행과 NH저축은행의 유상증자를 지원하는 등 농협중앙회에서 지원받은 1조1천억원을 본격적으로 계열사 자금지원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농협금융이 이처럼 농협은행의 유상증자를 지원하는 것은 농협은행의 자본비율을 개선해 영업 확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오는 10일 농협은행에 1조2천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을 대상으로 주당 4만2천원에 신주 2천857만1천428주를 보통주로 발행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4월과 10월에 각각 3천억원과 2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올해는 연초부터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자본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농협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은 다른 대형 시중은행보다 낮은 편이다. 단순자기자본비율은 우선주나 후순위채, 영구채 등을 제외하고 보통주와 잉여금만 자기자본으로 계산한다.
농협은행 단순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4%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 힘입어 1년 전(4.24%)보다 개선됐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수준인 5~6%대에는 못 미친다. 자기자본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대출 영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렵다.
농협은행은 내년 말까지 계획대로 1조5천5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낸다는 가정하에 유상증자로 단순자기자본비율이 4% 후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초부터 농협금융이 농협은행의 유상증자를 통 크게 지원할 수 있었던 건 앞서 농협중앙회을 통해 유상증자로 1조1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은 덕분이다.
농협금융의 유상증자는 지난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분리)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농협금융은 채권 발행 등을 통해서만 자회사 지원자금을 확충했다.
농협금융은 NH저축은행에도 오는 9일 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지원한다. NH저축은행은 주당 2만1천원으로 총 476만1천904주를 신규로 발행한다.
농협금융이 NH저축은행에 유상증자를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4년 NH저축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한 뒤로 자본금 지원을 한 적이 없었다.
NH저축은행도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악화하는 자본비율을 개선할 전망이다. NH저축은행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9월 기준 14.18%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16.75%에서 2년 연속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대출자산 성장세가 가팔랐던 영향이다. NH저축은행 대출금은 지난해 3분기 1조8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7% 늘었다. 특히 가계대출이 6천280억원으로 같은 기간 46.6% 증가하며 큰 폭의 자산 성장을 견인했다. 그 결과 NH저축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1조원대에 머물던 자산 규모가 지난해 2조원 중반대를 달성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1분기에 자본비율이 필요한 계열사에 증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서 대출자산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