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규제 개혁,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 최종찬
  • 승인 2022.02.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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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칼럼] 현재 우리 경제의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양극화 해소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있으나, 알바 같은 일시적 일자리만 늘어날 뿐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소득 격차도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근본적으로 경제가 활성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해 기업 의욕을 제고해야 한다.

규제 개혁은 역대 정부가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해 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으나, 기업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없어지는 규제보다 늘어나는 규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규제 개혁이 제대로 안 되는 원인은 규제를 유발하는 국민의식의 근본적 개선과 규제 개혁을 추진하는 일관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 대증요법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규제를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 첫째, 시장 기능에 대한 불신과 정부 과신이다. 주택가격과 전·월세 급등 같은 경제 문제는 정부가 해결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는 해결 방법이다. 가격이 안정되려면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 게 경제의 기본 원리다.

정부는 그러나 아파트 분양가와 재건축 규제를 강화했다. 이들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주택 공급은 축소될 터이므로 가격이 안정될 리 없다. 주택 수요를 억제한다고 다주택자를 사실상 없애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임대주택 대부분을 민간 다주택자가 공급하는 현실에서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월세가 안정될 것인가? 위의 사례는 모두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 규제를 과신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시장 기능에 맞게, 또는 시장 기능이 작동하도록 개입해야 한다. 예컨대 가격 안정을 위한다면 공급이 늘도록 해야지 ‘가격을 올리면 처벌한다’는 식의 규제만으론 안 된다는 얘기다. 시장에 대한 불신과 정부 과신은 정치인이나 공무원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에게 팽배한 인식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주택가격이 오른다고 분양가를 규제하지 않는다. 그런 규제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기능이 만능은 아니므로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가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가? 규제 개혁이 정착되려면 국민의식 전환을 위한 경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그동안 모든 정부가 경제 교육에 무관심했다. ‘시장 불신 정부 과신’의 국민의식을 근본적으로 시정하지 않으면 규제 남발은 지속될 것이다.

둘째, 규제를 심의할 때 소비자 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관행이 문제다. 혁신을 저해하는 많은 규제는 기득권층의 반발 때문에 발생한다. 차량 공유는 택시기사, 원격 의료는 동네 의사, 대규모 유통시설은 동네 상인이 각각 반발하는 바람에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개발될 경우, 기존의 공급자는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고 진입 규제를 요구하게 된다. 기존의 공급자가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크거나 사회적 약자라고 인식될 경우에는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사회 통합을 촉진하고 양극화 심화를 억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이유로 혁신을 못하게 하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규제 완화로 손해 보는 기득권층에 대해서는 전업, 전직, 생계비 지원 등 필요한 보완 대책을 추진하되 진입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 과거 외국 영화 수입을 억제하는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할 때 국내 영화업계가 극렬히 반대했으나, 개방 이후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노력으로 오늘날 한류의 계기가 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대증요법만으로는 규제 개혁에 한계가 있다. 규제 개혁을 저해하는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최종찬 (jcchoijy@hanmail.net)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전)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
(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건설교통부 장관, 대통령 정책기획 수석비서관
(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조달청 차장, 기획예산처 차관


저 서

최종찬의 신국가개조론, 매일경제신문사, 2008. 6
아래를 덥혀야 따뜻해집니다, 나무한그루, 20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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