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뛰어넘게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하자
단일화 뛰어넘게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하자
  • 김교창
  • 승인 2022.03.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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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창 칼럼] 우리나라 대통령선거는 단순 다수제(종다수제)다. 전체 투표의 몇%를 득표했는지는 따지지 않고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제도다. 대통령제 국가 중 프랑스, 오스트리아, 브라질 등 30여 국가는 절대 다수제(과반수제)다. 어느 후보든 전체 투표의 과반수를 득표해야 당선되며,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제는 세부적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개 1차 투표의 상위 1, 2위 후보를 결선투표에 붙여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한다.

종다수제에서 후보가 난립하면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987년 개헌 후 처음 치러진 대선에선 김영삼, 김대중과 3파전을 벌인 노태우가 당선됐다. 만약 양김의 단일화 협상이 성공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공산이 크다.

1997년에는 우리나라 대선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단일화 사례로 꼽히는 김대중과 김종필의 이른바 ‘DJP연합’이 성사됐고, 그 결과 DJ 대통령–JP 총리의 공동정부가 꾸려졌다. 그 단일화의 희생양은 김영삼 정권에서 감사원장과 총리를 역임하고 대선 직전까지 당선이 확실시되던 이회창이다. 이회창은 같은 충남 출신인 이인제와의 단일화가 무산되는 바람에 불과 1.53%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그 다음 대선에서도 이회창의 당선이 유력했으나,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 협상에 국민의 눈길이 쏠렸다. 끝내 단일화는 실패했으나 정몽준의 사퇴로 단일화가 사실상 성사된 셈이다. 그 덕분에 노무현이 당선되고 이회창은 또 패배했다. 이회창은 단일화가 당락을 좌우해 두 번 내리 낙선의 고배를 마신 비운의 정객으로 남았다,

민주 정치는 정당 간 협상을 통해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정치다. 어쩌면 단일화도 그 한 양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 담합 같은 어두운 구석이 한몫 차지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선거운동도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알리기보다는 단일화 협상에 매몰되기 십상이다. 정도가 심하면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투표 의욕마저 앗아간다.

대선을 앞으로도 계속 이런 모습으로 치르게 놔둘 수는 없다. 선거제도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 정당과 후보 간 협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투표로 단일화를 이루어 내는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제의한다.

공직선거법이 종다수제를 택한 이유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안 나오면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것도 번거롭거니와 1차 투표 후 결선투표 불참자가 적지 않아 유권자의 총의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반수에 못 미치는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정당성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게 종다수제의 중대한 결함으로, 단일화 과정의 부작용보다 문제의 소지가 훨씬 더 클지도 모른다. 결선투표제는 정당성과 대표성 부족을 메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인 반면 시일이 걸리고 비용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들 단점을 극복할 방법이 있다면 다음 대선부터라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단점을 제거할 손쉬운 길이 있다. 바로 ‘1차-결선 동시투표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1차 투표와 결선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어느 단체의 회장선거에 갑-을-병-정 4명이 입후보하고, 재적회원 900명 중 510명이 투표에 참가했다고 치자. 투표는 아래와 같이 1차투표란과 결선투표란이 나란히 인쇄된 투표용지로 이뤄진다. 1차 투표에서 자기가 지지한 후보가 상위 2명에 들지 못하면 결선투표에서 지지할 후보를 미리 기표하는 방식이다.

투표용지

일차

1

190

2

65

3

75

4

180


결선

1

52

2

 

3

 

4

75


(1차투표에서는 무효표가 1표도 없었고, 1차 투표에서 을이나 병을 지지한 140표 중 결선투표에서 갑 또는 정에게 투표하지 않은 13표는 무효표로 처리)

1차투표란 집계 결과 과반수 득표자는 없고, 갑과 정이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했다. 1차 투표에서 갑과 정을 지지하지 않은 투표지(종다수제에서는 사표로 처리)만 따로 모아 결선투표란을 집계한 후 1차 투표 결과와 합산하면 정이 255표의 최종 득표로 당선자가 된다. 1차 투표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결선투표를 실시하지만, 관심이 조금만 있어도 결선 진출자는 쉽게 예측할 수 있으므로 별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가 조금 어렵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초등학교 반장선거부터 각자 선호하는 1, 2위 후보를 함께 기표하도록 훈련시키고 각종 단체도 이 제도를 채택하기 시작하면 모든 국민이 금방 새로운 투표 방식에 익숙해질 것이다.

조직이나 단체의 주요 의사결정이 구성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뤄지는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달리 ‘과반수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선거에 대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4대 원칙만 규정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법률에 위임해 놓았다(헌법 제67조 제1항, 제5항).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결선투표제는 다수결의 원칙과 과반수의 원칙이 잘 반영된다는 점에서 종다수제에 비해 헌법의 민주주의 이념에 더 충실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1차-결선 동시투표제가 시행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선거제도에서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 되리라 믿는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법무법인(유)정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이사장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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