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중앙선관위의 군기가 빠졌다. 선관위는 독립된 기관. 선거 사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그런데 지난 5일 코로나 확진자 격리자 투표를 엉망으로 했다. 무엇보다 선관위가 예측 수요를 잘못 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이처럼 늘 줄 몰랐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거기에 맞춰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우려를 나타냈을까. 선거 불복 소지를 제공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 데도 선관위의 태도는 아주 못 마땅하다. 자신들이 뭘 잘못 했는지도 모른다.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출근도 안 했다고 한다. 물론 선관위원장은 비상근이다. 반드시 출근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사태가 생기면 나와 챙기는 게 기본이다. 그러니 아랫사람들도 일을 제대로 챙기겠는가. 국회에도 사무총장 대신 사무차장을 내보내 무성의한 답변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사전투표 관련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 경위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세하고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본투표에서는 이런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권이 온전히 보장되고 공정성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 은평구 신사1동주민센터에서 전날 오후 5시쯤 투표에 참가한 A 씨(67)가 임시기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투표지를 봉투에 담으려다 봉투 안에 이미 1번에 표시가 된 투표지가 담긴 것을 확인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선관위 측은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대형사고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선관위는 “투표관리 인력 및 투표소 시설의 제약 등으로 인해 사전투표 관리에 미흡함이 있었다”면서도 “모든 과정에서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2022년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가 어디가 고장난 것인가"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낙연은 페이스북을 통해 "선관위 이게 뭡니까,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대한 (선관위) 입장 표명도 왜 이리 불성실합니까"라며 질타한 뒤 "이것을 해명과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알던 선관위는 이러지 않았는데, 어디가 고장난 것입니까"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욕을 먹어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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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