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35 (목)
'늪'에 빠진 삼성중공업...해양플랜트 클레임과 소송의 연속
'늪'에 빠진 삼성중공업...해양플랜트 클레임과 소송의 연속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03.15 11:47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주량 급증에도 작년 삼성중공업 매출은 또 감소, 2년 연속 1조원대 적자 지속
수주와 매출시차에 강재값 탓도 있지만 무수한 클레임제기와 소송, 악성재고 탓
작년 재고평가손실 2,267억원, 소송충당부채와 공사손실충당부채도 7천억 이상 급증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유가상승과 세계 조선경기 호전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대표이사 정진택)만은 여전히 클레임과 소송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신규 수주 급증으로 설령 올해부터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해도 아직 해결 안된 소송과 만성 재고, 클레임건들이 여전히 많아 만성적자 탈출과 수익성 회복에도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기관들과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중공업의 경우 해양부문의 비중이 너무 높은데다 선주(船主)들의 클레임 제기 등 일회성 손실요인의 발생빈도도 경쟁업체들에 비해 유난히 잦다면서 설계·생산 및 리스크 통제 역량과 경쟁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공시한 작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한해동안 삼성중공업은 LNG22, 컨테이너선 44, 블록및기자재 1, 초대형 원유운반석 4척 등 모두 138,270억원의 선박 및 플랜트물량을 수주했다. 작년초에 수립한 작년 수주목표 78억달러(93,600억원)를 거뜬히 초과달성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의 별도기준 공사계약잔액(토건 포함)2021년초 119,903억원에서 작년말에는 197,485억원으로, 8조원 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이렇게 활발한 수주에도 불구하고 작년 매출은 증가세로 돌아서고 못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7년 연속 적자에 2년 연속 1조원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201541억원(연결기준)에서 작년 13,119억원으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

삼성중공업의 영업실적 추이(연결기준 억원)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매출

148,345

128,790

97,144

104,141

79,012

52,651

73,496

68,603

66,220

영업이익

9,142

1,830

-15,019

-1,472

-5,241

-4,092

-6,165

-10,541

-13,119

당기순이익

6,322

1,473

-12,121

-1,387

-3,407

-3,881

-13,153

-14,927

-14,520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수주에 비해 매출이 아직 저조한 이유는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가 매출로 연결될때까지 보통 1~2년의 시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업적자가 더 확대된 것은 우선 선박 원재료인 강재가격이 작년에 여러 이유로 갑자기 많이 오른 탓이 크다. 삼성중공업은 작년에 후판가격이 평균 76%, 형강은 75%씩 각각 인상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2068,255억원(별도기준)에서 2165,426억원으로, 3천억원 가까이 줄었는데도 매출원가는 73,153억원에서 73,087억원으로 66억원 밖에 줄지 않은 것은 이 영향이 크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이 작년에도 계속 이렇게 높았던 데에는 보다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원인이 또 있다. 바로 잊을만 하면 다시 발생하곤 하는 해외 선주들의 무수한 클레임 제기다. 여기서 생긴 악성 선박재고와 잦은 송사(訟事) 등에 따른 손실과 비용이 작년에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시추선(드릴십)같은 해양플랜트 사업이 문제였다. 드릴십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2010년대 초반 해양플랜트 호황 당시 드릴십은 척당 7억 달러(한화 약 8,200억원)가 넘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드릴십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특히 삼성중공업은 드릴십과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분야에서 세계 최다 건조실적을 올렸다. 한때 삼성중공업 전체 수주에서 이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해상 유전의 채산성이 떨어지자 선주사들은 드릴십 인도를 거부하거나 파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일부 선주사들은 삼성중공업에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요구하거나 설계 변경 등을 요구했다. 고의로 공정을 지연시키다 결국 책임을 조선사 측에 떠넘기거나 선수금까지 돌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정진택 대표이사. (사진=삼성중공업)

이런 과정에서 소송과 분쟁을 벌이다 선주가 선박 인수를 끝까지 거부해 결국 삼성중공업이 재고로 떠안고 있는 드릴십이 모두 5척이나 된다. 워낙 고가의 선박이라 유가 폭락이 계속되던 시기에는 재매각도 쉽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이로 인한 막대한 대손충당금과 선박유지비용 탓에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까지 3년동안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에서 드릴십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하기도 했다. 2019~20202년동안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무려 6,500억원이었다.

통상 업계에서는 드릴십이 채산성을 확보하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행히 작년부터 유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삼성중공업에게도 탈출기회가 왔다. 유가상승으로 드릴십 수요가 다시 늘면서 작년 6월 이중 한척을 이탈리아 시추업체에 빌려주었다(용선계약). 이 계약에는 매입 옵션이 포함돼 있어 향후 완전 매각도 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빌려준 드릴십은 재고자산에서 유형자산으로 바뀌기 때문에 작년말 기준 완성공사(완공된 선박) 재고자산 잔액은 9,559억원으로, 20년말의 14,546억원보다 5천억원 가량 줄었다. 그만큼 유지비용이나 평가손실은 줄어들어 이익이 그만큼 생길 여지가 생긴 셈이다.

작년 1130일에는 또다른 드릴십 한 척을 유럽지역 선주에게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잔금을 완납하면 내년 3월말까지 배를 넘겨주는 조건이다. 매각가격은 24,500만달러(2,900억원 가량), 원가는 물론 장부가보다도 6% 정도 낮지만 그래도 계속 떠안고 있는 것 보다는 큰 이익이기 때문에 팔았을 것이다.

그러나 매각공시와 매각보도가 잇따라 나왔는데도 최근 공시된 작년 사업보고서에는 용선건만 공시되었을뿐 매각건에 대한 언급이 아직 없다. 사업보고서 주석난의 매각예정자산 항목에도 공시돼 있지않다. 어찌된 일일까? 계약금을 아직 못 받았는지, 매각을 놓고 다시 분쟁이 일어 무효직전인지 추가공시가 아직 없어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나머지 드릴십 4척에 대한 악성 재고 부담은 여전하다. 삼성중공업의 작년 재고자산평가손실은 모두 2,267억원에 달했다. 20년의 3,099억원보다는 줄었으나 아직도 영업적자의 17%에 달하는 수치다.

▲삼성중공업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삼성중공업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삼성중공업 사업보고서는 비용으로 인식되어 매출원가에 포함된 재고자산의 원가는 36,820억원이고, 작년말 재고자산 장부가는 14,876억원이라고 밝혔다. 원가에서 장부가를 뺀 누적평가손실액은 무려 21,944억원에 달한다. 재고자산에는 드릴십 재고 5척외의 재고자산도 많이 있겠지만 누적평가손실은 아무래도 악성 드릴십 재고 5척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많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만년적자의 큰 원인인 이 악성재고를 유가가 많이 오른 올해에 처리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게속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삼성중공업 측는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과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해양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드릴십 매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나머지 드릴십에 대한 매각도 조속히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석달이 다 지나는데도 추가매각 공시는 아직 없다. 팔았다는 한 척도 계약금이나 잔금이 확실히 들어와야만 진짜 매각인지 여부가 판정난다.

이 골칫거리 악성재고 말고 해외 선주들과의 다른 소송건들도 삼성중공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작년초 삼성중공업은 스웨덴 선주사 스테나사와의 중재 재판에서 패소하면서 2,877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영국 런던 중재 재판부가 스테나의 시추설비 계약 해지가 적합한 것으로 판단, 삼성중공업이 미리 받은 선수금과 이에 대한 경과 이자 등 총 4,632억원을 스테나에 반환할 것을 결정한 것이다.

이 건은 그래도 2020년 실적에 반영됐디만 해외 선주와의 국제 송사관련 공시는 작년에 이외에도 3건이나 더 있었다. 화해한 것도 있고, 소송을 계속하기로 한것도 있지만 모두 큰 부담이 우려되는 것들이다. 국제소송비용도 비용이지만 패소할 경우 물어줘야하는 금액은 그보다 더 엄청나다.

삼성중공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초 소송충당부채 등의 잔액은 7,045억원(별도기준), 작년중 추가설정액은 1,149억원, 사용액은 7,604억원, 작년말 잔액은 590억원이었다. 소송 등에 대비해 마련해둔 돈중 무려 7,604억원을 작년중에 사용했다는 얘기다.

▲소송충당부채 등의 변동
▲소송충당부채 등의 변동

교묘하게 소송충당부채 등이라고 표시해 소송충당부채외 다른 충당부채도 섞여있음을 시사했고, 그래서 정확한 소송충당부채의 규모를 숨겼다. 그러나 소송충당부채를 앞세운걸로 보아 각종 소송결과 배상액이나 소송비용 등에 최소 수천억원이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2020년의 소송충당부채 등 사용액은 106억원에 불과했다. 작년에 그만큼 소송후유증이 심했다는 얘기다.

소송충당부채는 선박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과 관련한 중재결과 등으로 인해 향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미리 부채로 설정해두는 것이라고 삼성중공업은 스스로 설명하고 있다. 충당부채를 쌓아둔 소송 및 중재사건을 제외하고 작년말 현재 삼성중공업이 피소돼 계류중인 건수도 27(별도기준), 3,601억원에 달한다. 이건들까지 터지면 삼성중공업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소송충당부채 뿐아니라 공사손실충당부채도 어마어마하게 쌓아두고 있다. 드릴십 5척처럼 클레임에 이미 걸린 것뿐 아니라 현재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선박건조공사들도 혹시 앞으로 클레임 등에 걸릴 것을 우려해 충당부채를 미리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별도기준 공사손실충당부채 잔액은 2019년말 1,155억원, 20년말 1,190억원이던 것이 작년말에는 무려 9,535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 한해동안에 무려 8,344억원이나 늘어났다. 20년중 증가액은 34억원 불과했다.

▲공사손실충당부채 변동
▲공사손실충당부채 변동

반면 별도기준 하자보수충당부채 잔액은 20년말 2,331억원에서 작년말 2,640억원으로 309억원 밖에 늘지않았다.

작년에 7천억원이 넘었던 소송충당부채 등의 사용액이나 8천억원 이상 급증한 공사손실충당부채, 그리고 악성재고 드릴십 5척의 계속된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이 작년 대규모 적자의 큰 원인이었고,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수익성 회복을 가로막을 골칫덩어리들인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조선업계는 작년에 코로나 백신효과 및 세계경제 회복세에 따른 컨테이너선 발주량 급증,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LNG 운반선 발주 증가 등으로 수주량이 증가했으며. 올해도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발주 및 노후선 교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또 올해도 회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LNG,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설비 수주에 집중해 수익성이 높고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그동안 문제의 근원이었던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수주에 다시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나이지리아의 봉가사우스웨스트 아파로 프로젝트,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의 부지오스 프로젝트 등 총 3기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겠다고 작년에 공공연히 보도자료를 뿌리기도 했다.

목표대로 이 3기 해양플랜트는 아직 수주하지 못했지만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다시 해양플랜트에 욕심을 내는게 과연 바람직한 영업전략인지 의문을 표시하는 업계 전문가들이 많다.

유독 삼성중공업만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이렇게 자주 클레임이 제기되고, 큰 손실을 자주 겪는다는 것은 과거 이 부문 수주자체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채 목표달성에만 급급했던 무리한 수주가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드릴십 같은 해양플랜트 부문은 고가-고부가가치인 만큼 고도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고, 유가동향에 따라 부침이 큰데다 해외선주들의 요구수준도 까다롭고 변덕이 심하다삼성중공업이 아무리 이 분야 실적과 기술이 상당하다 하더라도 과거 실패들을 토대로 신규 수주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기술개발과 축적부터 더 다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