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 측이 충돌을 빚고 있다. 21일 오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나 오후 들어 청와대가 반대 의사를 밝힌 뒤 급격히 냉랭해졌다.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주어야 하는데 이를 못 하겠다고 한 것. 그럼 이전이 차질을 빚게 된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청와대는 국가 안보를 핑계 삼는다. 새 정부가 원만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직전 정부의 할 일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가 몽니를 부린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건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평가받을 일이다. 문 대통령도 이전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협조를 하는 것이 옳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4시 브리핑에서 "(이전계획에) 무리한 면이 있다"며 "갑작스러운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할 것"이라고 했다.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앞서 박 수석은 오전 8시쯤에는 YTN 라디오에서 "당선인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윤 당선인의 이전 구상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아닌 부처 장관들이 인수위에 '5월 10일 이전 집무실 이전 반대' 의견을 내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이 NSC 회의를 주재한 뒤 직접 청와대의 공개 입장을 내는 방안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오후 안철수 인수위원장을 만나 이런 우려를 전달하고, 정부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협의하는 방식으로 '속도 조절'을 하자는 절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의 집무실 이전을 위해 필요한 예비비를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것 역시 사실상 거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예비비 안건의)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이 통과되지 못 하면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는 당선인 측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 측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청와대의 '비토'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일단 윤 당선인 측에서는 집무 시작은 용산이 아닌 통의동 사무실에서 할 것이라면서도 "5월 10일 0시 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충분히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리"라며 속도조절을 촉구했지만,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원칙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 불복"이라며 "현 정부가 새 정부 출범을 돕지는 않고 팔을 비틀고 있다.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구 권력이 싸우니까 국민들은 불편하다. 왜들 이러는가.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갈등 구조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들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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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