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도 “부실 확대 가능성”...대손충당금·준비금 전년比 27.6p↑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다만 건전성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코로나19로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를 네 차례 연장한 데 따른 효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채권 부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을 크게 늘렸다.
22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0.50%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0년 말(0.64%)보다 0.14% 포인트(p)내린 것으로 역대 최저치다.
부실채권의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8000억원으로 2020년 말(13조9000억원)보다 2조1000억원이 줄었다.
기업여신이 10조2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가계여신이 1조4000억원, 신용카드 채권이 1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부실채권 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건전성이 개선되기보다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시행 중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의 조치로 정부 지원을 받은 대출 채권은 ‘정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당장은 정상채권이지만 향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 역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추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확대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적립률(165.9%)을 전년말 대비 27.6%p 늘렸다.
대손충당금이 은행업감독규정에 규정된 최소 충당금보다 작을 경우 그 차액을 쌓는 대손준비금도 지난해 1조5000억원을 추가로 쌓았다. 그 결과 대손준비금 잔액은 2020년 말 16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8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합한 금액은 부실채권보다 3배 이상(319.7%) 많아졌다. 이 비율은 전년 말 대비 61.8%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보다 상태가 한단계 나은 요주의여신까지 고려해도 대손충당금 및 준비금이 더 많다. 이 비율은 같은 기간 97.7%에서 112.4%로 올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대내외 경제 충격에도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은행이 전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잠재돼 있는 신용위험을 충실히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지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