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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굴곡...박근혜, 달성서 여생 편안히 보내길
한국 현대사의 굴곡...박근혜, 달성서 여생 편안히 보내길
  • 오풍연
  • 승인 2022.03.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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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대구 달성군에 안착했다. 남은 여생을 살 곳이다. 이날 오전 서울삼성병원에서 나와 국립현충원을 들른 뒤 곧장 달성으로 내려왔다.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뒤 만 5년 만이다.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달성에 마련한 것이다. 달성은 그가 맨 처음 정치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그 뒤 4선의원을 거쳤다.

박근혜는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통령이 됐다. 사상 초유로 탄핵된 데 이어 구속을 당했다. 감방에서 있었던 기간이 대통령 재임기간보다 더 길다. 이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불행한 대통령이랄 수 있다. 그 죗값은 치렀다. 박근혜가 없었더라면 지금 문재인 정부도 탄생하지 못 했을 터. 문 정권은 촛불혁명을 통해 태어났지만 국민적 심판을 받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지 못 했다. 대신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나도 박 전 대통령이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1998년부터 정치부 기자를 했다. 당시 한나라당을 출입해 그 때 처음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후배 여기자와 함께 박 전 대통령과 2시간 가량 저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이런 덕담을 건넸다. “의원님은 초선이지만 그냥 초선이 아닙니다. 꿈을 키워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의식해 그런 말을 했다.

어쨌든 박근혜는 뛰어난 정치인이었다. 재선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수첩공주’라고 할만큼 매우 꼼꼼했다. 게다가 카리스마도 있었다. 일약 당 대표, 대선 후보로 발돋움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지고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마침내 5년 뒤 치러진 2012년 대선서 대통령에 당선돼 꿈을 이루었다. 재임 중 큰 사건 사고는 없었지만 2016년 터진 최순실 사건으로 낙마하게 됐다.

달성에 내려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낮 12시15분쯤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며 “힘들 때마다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입을 열었다. 이때 누군가 초록색 유리병을 던졌고, 경호원이 막아서며 메시지 발표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따로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다. 그는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여생을 정치적 고향 달성에서 편안히 보내길 빈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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