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지각 회동과 '애증병존'...YS-DJ 모델로 ‘유종의 미’ 거둬야
文-尹 지각 회동과 '애증병존'...YS-DJ 모델로 ‘유종의 미’ 거둬야
  • 정종석
  • 승인 2022.03.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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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뉴스 창간 10주년 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12) 김영삼과 김대중, 정치 라이벌의 역사...1993년 YS 이어 1998년 DJ 집권 후에도 서로가 정치보복을 하지 않아...문재인-윤석열, 서로가 멀어진 것은 사실...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위상 인정하되, 사심(私心) 털고 역사기록자 자세로 대화해야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정의 모든 부문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 대통령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 <편집자 주>

정종석 발행인
정종석 발행인

[정종석 칼럼] 일중즉이월만즉휴(日中則而月滿則虧), 해가 중천에 차오르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이지러진다고 했다. 세상 모든 사물이 극에 달하면 점차 쇠퇴해지는 것은 천지간의 이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막강한 권력도 십 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제아무리 붉은 꽃이라도 십 일을 넘기지 못한다. 그리고 권력은 결코 나누기가 어렵다.

이달 9일 대통령선거 이후 19일 만에,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찬 회동이 마침내 28일 이뤄진다. 양자 회동의 성사 배경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것이다. 청와대가 먼저 윤 당선인 측에 만남 의향을 물었고 윤 당선인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자 양측의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한다.

양측은 표면적으로 '조건 없는' 회동을 내걸었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으로 가장 늦게 이뤄지는 것을 보면 그동안 쌓였던 의제 중 핵심 사안에 대해 상당 부분 사전 교감을 이룬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를 애증병존(愛憎竝存/ambivalence)의 관계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자를 검찰총장에 발탁했으나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대립구도로 이어져 적대적인 관계로 변화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정부-여당 타도를 외치며 야당 대선후보가 되면서 승리했다.

현대의 세계 정치사에서 한 정권의 검찰총장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임기중 반대편 정당에 들어가 대선에서 당선한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퇴임 때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는 정통 정치인이 아니면서도 상식과 공정을 외치며 현 정권에 반기를 들어 정치판에 뛰어들어 정권교체를 이룬 스타가 되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윤 당선인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과 함께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5년 임기를 마치고 정권재창출이 아닌 정권교체라는 결과를 맞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한 그는 윤 당선인을 통해 적폐청산의 법률적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윤 당선인을 발탁해 검찰총장에 임명했으나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불편한 관계로 돌아섰다.

윤 당선인이 수사의 칼날을 ‘살아있는 권력’으로 돌렸고, 여권과 대척점에 서고 말았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현 정부를 성토하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번에 만나면 21개월 만의 일...서로가 서먹하고 착잡한 심정일 듯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번에 만나면 21개월 만이다. 윤 당선인은 2020년 6월 검찰총장 신분으로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바 있다. 윤 당선인도 문 대통령을 보면서 서먹하고 복잡한 심사와 감정일 것이다.

윤 당선인은 2013년 국회에 나와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면서 검사로서의 강직성을 여지없이 발산하며 자신을 국민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런 반골 검사를 발탁, 중앙지검장과과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러한 미묘한 과정을 거쳐서 이번 대선 기간중 사실상 단순한 라이벌을 넘어서 사실상 정적으로 발전했다. 어찌보면 정권 획득이란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세싸움'의 결과물이다. 여아가 서로 건곤일척의 힘을 쏟아서 생사를 건 일전 끝에 쟁취하는 것이 권력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지만 이직도 끝난 게 아닌 듯한 분위기가 많다. 상대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말폭탄이 오간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유례없는 대립과 갈등 속에서 측근들마저 곳곳에서 싸움판을 벌이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일찌기 없던 일로서 국민들을 불안케 한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어정쩡한 관계 속에서 정권을 주고받아야 할 것인가. 두 사람이 28일 만찬회동을 갖는 가운데 문제는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지원·협력이 아니라 계속해서 대립·갈등하는 경우다. 신·구 권력이 사안마다 충돌할 경우 정권 이양 작업이 차질을 빚어 현 정부는 물론 새 정부의 국정 운영도 생채기가 날 우려가 크다.

여기서 한국 정치사의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대통령(YS)와 김대중 대통령(DJ) 간의 평생 라이벌 관계를 ‘유종의 미’로 끝낸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6세에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영삼과 다섯 번의 도전 끝에 국회의원이 된 김대중. 출생부터 집안 배경, 결혼 이야기까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다.

두 사람은 1970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평생의 경쟁자가 된다. ‘40대기수론’ 을 등장시킨 김영삼과 그를 지지한 김대중의 1라운드 결말은 DJ가 신민당 대통령 후보(본선에서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당선)로 선출되면서 DJ가 1승을 차지한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갈등...퇴임한 전임자의 명예와 안전보장 같은 다짐과 장치 마련 중요 

10년 후인 1980년, 다시 한 번 보이지 않는 싸움을 시작한 두 사람은 ‘서울의 봄’ 이후 정권을 전두환 정권에 넘겨주고 만다. 그 뒤 단일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함을 뒤로한 채 1987년 대선 후보로 각각 나선 YS와 DJ. 양김의 분열과 깊어진 지역감정으로 이번에는 정권이 민정당 노태우 정권으로 넘어간다.

3당 합당으로 민자당 후보가 된 YS가 1992년 대선에서 당선,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다. 이어 1997년 대선에서는 김종필(JP)와 DJP연합으로 DJ의 국민의 정부가 탄생한다. 양김씨는 단일화 실패로 군사정권을 연장시켰으나 늦게나마 각각 대권을 거머쥐었다. 한국 정치사의 영원한 라이벌로 살아온 양김씨는 대표적인 애증병존의 관계였다.

그러나 DJ가 1997년 대통령에 당선하고 YS와의 협력을 통해서 비교적 성공적인 정권교체를 이룬다. 그 뒤 두 사람 모두 대통령 직에서 퇴임한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이 2009년, 김영삼 대통령이 2015년 각각 서거, 양김씨 간의 수십년 간의 걸친 정치라이벌 전이 결국 막을 내린다.

문재인과 윤석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갈등이 이렇게까지 치닫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양 진영 간 향후의 정치적인 세 결집과 집권 이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지작업 또는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앞으로 두 사람의 정치적인 운명과 결부돼 있을 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사로가 다른 듯 하면서도 사실은 같다. 원칙주의자이고 고집쟁이들이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 막후에는 한국은행 총재 선임을 둘러싼 갈등,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한 샅바싸움,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 노림수 등도 존재한다.

결국 예정보다 늦게나마 만나기야 하겠지만 한때 주군과 신하 관계 격이었던 두 사람은 대선 전후로 너무도 멀어졌다지금 펼쳐지는 양자간 갈등은 소원함을 넘어서 앙금의 서막에 불과할 수도 있다. 과거권력 문 대통령은 퇴임하면 초야의 인물이 되지만 미래권력인 윤 당선인이 현재권력이 되어도 그의 직선적인 성향이 변할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은 듯 하다.

지금 두 사람이 참고할 것은 평생 정치적 라이벌이자 정적이었던 YS나 DJ는 권력을 잡은 뒤에도 서로가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퇴임한 전임자의 명예와 안전보장 같은 다짐과 장치 마련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제 두사람은 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위상을 인정하되, 이번 회동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 후 말로를 회상하며 사심(私心)을 털고 역사기록자의 자세로 대화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대표이사(언론학박사)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이사장

전 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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