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자급률 40년 만에 ‘반토막’...민생 직결된 식량안보 해결 화급
곡물자급률 40년 만에 ‘반토막’...민생 직결된 식량안보 해결 화급
  • 권의종
  • 승인 2022.04.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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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물가 ‘쑥’, 민생불안 위험, 농업 백년대계 시급...6차 산업이라 치켜세우려 말고 1차 산업 구실부터 제대로 하게 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식량 가격이 고공행진이다. 유엔식랑농업기구(FAO)이 발표한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폭등이다. 전월 대비 12.6% 오른 159.3포인트다. 2월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곡물가격지수는 170.1포인트로 더 높다. 이상기후와 산업화에 따른 농경지 감소,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교역망 차질 등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된다. 최빈 개도국과 저소득 국가는 벌써 식량 부족에 내몰려있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1980년대 70%대에 달했던 식량자급률, 즉 전체식량 소비량에서 자국산 식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45.8%로 뚝 떨어졌다. 곡물자급률 역시 같은 기간 50%대에서 20.2%로 확 줄었다.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일부 작물에 편중된 기형적 공급과잉 등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한계가 식량안보를 위협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연자약. “제분과 사료 등 국내 관련 업계에서 6~9월 중 사용물량까지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계약물량을 포함하면 내년 1월까지 확보한 상태”며 “추가 소요 물량도 입찰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업계부담 완화를 위해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2.5~3.0%에서 2.0~2.5%로 0.5%p 인하하고, 사료곡물 대체 원료에 대해 무관세 할당 물량을 증량하는 등 주요 곡물의 안정적 공급 조치에 나서고 있음을 힘주어 말한다. 

곡물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 노력이 없지 않았다. 2018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따라 올해까지 식량자급률을 55.4%, 곡물자급률을 27.3%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밀 9.9%, 콩 45.2% 자급률 계획도 세웠다.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국가식량계획에서 밀 5%, 콩 33%로 되레 목표치를 낮췄다. 올해 말 수립될 2027년도 계획에서도 하향 조정이 점쳐진다. 체계적 관리는커녕 곡물 생산 추이에 맞춰 그저 목표치만 낮추는 꼴이다.

국제 식량 가격 폭등,  식량·곡물자급률 최저 수준인 한국엔 치명적...대응책 마련 서둘러야

당장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엥겔 계수가 지난해 12.86%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외식 가격도 많이 올랐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39개 외식 품목의 3월 물가는 지난 해 같은 달에 비해 6.6% 뛰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과 함께 외식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게 원인으로 꼽힌다. 

근본 요인은 따로 있다. 국제 공급망 교란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범세계적 인플레이션 가속화가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외식업의 재료비·연료비·운영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외식 재료인 밀가루가 대표적이다. 원료인 밀의 국제 가격이 최근 1년 새 60% 넘게 급등했다. 연간 국산 밀 생산량이 1만7,000t으로 자급률이 0.8%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국제 가격 변화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현실부터 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비교우위 무역이론에 충실한 나머지 농업을 경시한 측면이 있다. 상대적으로 더 잘할 수 있는 공업 부문에 집중하고, 대신 농업 생산물은 수입을 통해 해결하는 게 더 이익이라는 사고가 정책의 기조를 이뤘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은 상황에서 식량과 곡물 자급에 애쓰느니 공산품 수출을 늘려 식량과 곡물 수입 재원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식량은 일반 재화와 다른 특성이 있다. 유사시 민생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작금의 상황만 놓고 봐도 그렇다. 기후변화와 공급망 교란에 신냉전이 겹치면서 식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각국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OECD 최하위권이다. 캐나다 174%, 프랑스 168%, 미국 133%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낮은 수준이다.

식량주권 확보 필수...구조 개선, ‘규모의 경제’ 실현, 첨단기술 접목으로 선진 농업 지향해야

위험은 늘 가까이 있다.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비(非) 우호국들에 대한 식량 수출을 신중히 처리할 것을 주문하며 식량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정부는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일본,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48개국을 비 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식량안보는 비켜갈 수 없는 국가적 책무다. 난제이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럴수록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중대 과제다. 대외적으로 해외 곡물 메이저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 해외 농지개발과 계약재배 등 곡물 조달 방식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는 식량 자급 기반을 안정적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쌀에 편중된 농업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쌀 생산량을 줄이고 벼 이외의 식량작물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정책 실패는 그만해야 한다. 농촌 인구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배가 쉬운 쌀에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농민 대부분이 벼농사에 집중해 왔다. 쌀 소비가 줄고 재고가 남아도는데도 벼를 해마다 재배했고, 정부가 이를 비싼 값에 사들였다. 그 바람에 다른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며 식량자급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자초했다. 곡물자급률이 식량자급률보다 낮은 것도 국내 곡물생산량 자체가 적어 사료용 곡물을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는 필수다. 고령자, 부재지주 소유 농지를 실경작자에게 집중시켜 1인당 경지면적을 늘려야 한다. 양도소득세 면제, 농지은행 확대, 금융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여기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정부통신기술(ICT) 등 첨단기술을 접목, 선진 농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농업을 6차 산업이라 치켜세우기 전에 1차 산업 구실부터 제대로 하게 하는 게 순서다. 민생과 직결된 식량안보보다 급한 과제는 없다. 백년대계는 교육보다 농업에 더 필요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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