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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나이스는 '회장 사금고'?”…정휘동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논란
“청호나이스는 '회장 사금고'?”…정휘동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논란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05.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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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출신 청호나이스 정휘동 회장의 여전한 일감몰아주기와 과도한 '탐욕(?)'...정 회장, 직간접지분 많은 엠씨엠과 나이스엔지니어링은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들...엠씨엠 작년 정회장에 30억 배당. 자기회사인 동그라미대부엔 청호나이스가 345억 빌려주어...여기서도 15억 배당받아, 청호나이스엔 자기 건물 임대해 작년 임대료 15.6억
청호나이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삼성동 나이스빌딩.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청호나이스그룹의 창업주이자 최대 주주인 정휘동 회장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 '수질관리 자격증'을 따낸 인물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주립대학에서 유학생활 중 자격을 취득했다고 한다.

이후 미국 환경관련 회사에서 정수기 관련 분야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하던중 윤석금 웅진 회장에 의해 웅진코웨이 연구소장으로 영입됐다. 그러다 1993년 청호나이스를 직접 창업, 자체 기술을 가진 정수기를 생산·보급하며 국내 유수의 정수기 기업군으로 성장시켰다.

정 회장은 역삼투압 정수방식을 1990년대에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2003년에는 얼음정수기, 2014년에는 커피정수기를 업계 최초로 각각 출시하기도 했다. 회장부터가 대표적인 1세대 정수기술 엔지니어 출신이어서 청호나이스는 아직도 기술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정 회장에게도 창업성공신화정수기업계의 입지전적 인물등의 수식어가 많이 따라 붙는다.

그러나 정 회장과 청호그룹에는 10여년전부터 정반대의 안좋은 이미지와 사건들도 적지 않았다. 미국 유학파 출신의 엔지니어 회장 답지않은 사건들이었다.

우선 2012년 전후해 불거진 일감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의혹이다. 청호나이스가 정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 씨이마이크로필터에 일감을 몰아주고, 정 회장 일가는 이 회사들로부터 거액의 배당 등을 챙기도록 해주었다는 보도들이었다.

문제가 커지자 청호나이스는 씨이를 합병, 논란의 원천 자체를 없애 버렸다. 정수기 수처리 필터업체인 마이크로필터는 그후 청호나이스 의존도를 확 줄여나가는 방법으로 논란을 비켜 나갔다. 작년 이 회사 매출 1,236억원중 청호나이스 등 계열사들이 올려준 매출은 78억원으로, 내부거래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마이크로필터의 지분은 정 회장이 80%, 부인 이경은씨가 20%씩 각각 갖고 있다.

청호나이스그룹 주력사들의 2021년 경영실적과 지분구조(별도기준 억원 %)

 

청호나이스

엠씨엠

마이크로필터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

21년말 자산

4,649

506

1,344

669

21년말 이익잉여금

2,164

369

1,120

221

21년 매출

4,210

743

1,236

103

21년 영업이익

447

49

104

43

21년 당기순이익

164

57

150

34

21년말현재 지분구조(%)

정휘동 75%, 정휘철 8.18%, 마이크로필터 12.99%, 기타 3.73%

정휘동 100%

정휘동 80%, 이경은(부인) 20%

정휘동 99.7%,이석호 0.3%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 두 회사가 관심권 밖으로 사라진 대신 지금은 엠씨엠이란 계열사가 또 문제다. 200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정수기 및 냉장고용 피팅, 튜빙 등 소재부품을 개발, 생산하는 업체로, 정휘동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의 개인회사라 볼 수 있다.

작년말 자산 506억원, 부채 122억원에 369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쌓여있다. 작년 매출 743억원에 49억원의 영업이익과 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올렸다. 작지만 탄탄한 알짜 회사다.

청호나이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작년 청호나이스는 금형대금 등으로 엠씨엠에 147억원을 지급했다. 반면 엠씨엠 감사보고서에는 작년 청호나이스에 대한 매출 및 매출채권 증가액이 162억원으로 나온다. 어느 숫자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작년 엠씨엠 매출의 20~22%를 청호나이스가 올려준 것은 확실하다.

청호나이스 외에 마이크로필터에 대한 엠씨엠의 작년 매출증가액도 242억원, 중국법인으로 보이는 마이크로미디어와 베트남법인인 청호나이스비나에 대한 매출증가액도 각각 31억원 및 3.2억원이었다. 계열사들이 작년중 엠씨엠에 올려준 매출을 모두 합하면 440.3억원에 달했다. 작년 엠씨엠 전체매출 743억원의 60%에 달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를 넘는 그룹계열사 또는 이 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갖고있는 자회사들중 계열사들이 올려준 매출이 200억원을 넘고, 계열사 매출의존도도 12%를 넘으면서 비계열사들과의 정상거래에 비해 거래가격에서 7%이상 우대 등의 특혜성 거래가 있을 경우 검찰고발이나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자산총계 5조원 이상의 그룹 계열사들이 규제대상이지만 자산이 5조원이 안되는 중규모 그룹계열사들 중에서도 일감몰아주기 정도가 심하면 직권조사 및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엠씨엠과 청호그룹의 경우 자산이 아직 5조원을 넘지 못하지만 엠씨엠의 계열사 매출의존도(내부거래비중)가 무려 60%에 달한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감시대상이 될수 있다. 우대성 거래여부 등은 공정위가 판단한다.

계열사들이 이렇게 일감을 몰아준 덕에 작년 엠씨엠은 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월 엠씨엠은 30억원의 주주연차배당을 실시했다. 정 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있어 30억원 배당 전액이 정 회장에게 지급됐을 것이다. 엠씨엠과 계열사들과의 특혜거래 여부만 공정위가 확인한다면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총수 사익편취 사례에 해당된다.

▲엠씨엠의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
▲엠씨엠의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

 

나이스엔지니어링이란 계열사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회사는 정수기 A/S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면서 이들을 모아 2018년 만든 정수기 기사 관리회사다. 정수기 설치-유지-보수 및 콜센터 기능을 한다. 아직은 약간 결손상태지만 작년 매출 618억원에 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업무성격상 청호나이스가 설치한 정수기들을 주로 관리하다보니 작년 이 회사 매출 618억원중 602억원을 청호나이스로부터 올렸다. 거의 모든 매출을 청호나이스에 의존한다. 이 회사의 지분구조는 엠씨엠과 마이크로필터가 각각 40.5%, 청호나이스가 19%씩 갖고 있다.

이 세 회사 모두 정휘동 회장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엠씨엠처럼 우대거래 여부만 확인되면 공정위의 규제가 가해질수 있다. 나이스엔지니어링도 일감몰아주기 냄새가 물씬 나는 회사다.

정휘동 회장은 과도한 사익 추구 또는 탐욕 등으로 과거 여러차례 논란이 됐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정 회장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모친을 청호나이스 고문으로 등재하고 급여 명목으로 약 6억원을 지급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불구속 기소한 적이 있다.

청호나이스 정휘동 회장

정 회장은 당시 또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자기 개인기업인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에 2010년부터 약 99억원을 대여하고 3억여원의 이자를 받는 등 대부업체 뒤에서 숨은 전주(錢主) 노릇을 해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도 위반한 것으로 조사받았다. 정 회장은 작년말 현재 이 회사 지분 99.7%를 갖고 있다.

미국유학파에 기술 기업가 이미지가 강했던 정 회장이 사채(私債) 색깔이 농후한 대부업에 진출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도덕적 비판을 받을 만한 사안이었다. 정 회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 대부업체에 자기 개인돈까지 빌려주는 고금리 사채장사까지 했다.

동그라미대부의 과거 감사보고서를 보면 정 회장은 2015년까지 동그라미대부에 90억원을 빌려주고, 매년 6억원대의 이자를 받았다. 7%가 넘는 고금리였다.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2016년부터는 정 회장 개인대출을 모두 회수하고, 대신 청호나이스가 동그라미대부에 대부사업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동그라미대부가 청호나이스로부터 빌린 1년만기 차입금 잔액은 작년말 현재 345억원에 달한다. 금리는 연 4.6%. 동그라미대부가 이 차입금과 다른 경로로 확보한 자금 등을 바탕으로 대출해준 대출채권은 작년말 현재 641억원. 대부업체이니 법정금리 최고상한선인 연 20%까지 대출이자를 받을수 있다.

▲나이스엔지니어링의 특수관계자 거래내역
▲나이스엔지니어링의 특수관계자 거래내역

고금리장사 밑천의 54%를 청호나이스가 빌려 주었다. 정 회장 개인자금은 빠져나갔다지만 여전히 정 회장 개인대부업체에 그룹 주력기업 자금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기술환경기업을 표방하는 청호나이스가 할 짓은 아닌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는 작년말 자산 669억원, 이익잉여금 221억원에 작년 매출(영업수익) 103억원(이중 이자수익 93억원), 당기순이익 34억원을 각각 올렸다. 역시 적지만 탄탄하다. 배당이 한동안 없다가 작년 모두 15억원의 연차배당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정 회장이 작년에 받은 배당은 14.96억원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주력기업의 자금을, 역시 자신이 최대주주인 대부업체에 대거 빌려주도록 하고, 그 대부업체로부터 적잖은 배당을 받았다. 과도한 사익추구도 사익추구이지만 공정위가 회사기회유용, 사익편취, 부당내부거래 등으로 시비를 걸 수도 있을 만한 사안이다.

웬만한 상장기업 같으면 보기 어려울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청호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청호나이스는 청호그룹의 최대 주력기업이지만 지주회사는 아니다. 작년말 기준 지분구조는 정휘동 회장 75%, 동생 정휘철 부회장 8.18%, 마이크로필터 12.99%, 기타 3.73% 등이다.

마이크로필터의 지분율은 정 회장 80%, 부인 이경은씨 20%. 청호나이스 지분의 96%이상을 정 회장 일가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총수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와 엠씨엠도 거의 100% 정 회장 개인회사이고, 나이스엔지니어링도 정 회장 일가의 간접지배력이 96% 이상이다. 주력기업들이 모두 비상장에다, 총수일가외 소수지분이 거의 없어 총수일가 마음대로 뭐든지 할수 있는 구조라고 볼수 있다.

주력기업 청호나이스가 최근 배당을 안하는 대신, 나머지 3사는 거의 매년 꼬박꼬박 배당을 하고 있다. 작년 정 회장은 엠씨엠에서 30억원, 마이크로필터에서 7.2억원, 동그라미파이낸스에서 14.96억원 등 모두 52억원 가량의 배당을 챙겼다.

정 회장은 또 대표이사는 아니더라도 그룹 회장 자격으로 각 계열사들에서 연봉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 본인이 직접 대표이사로 있는 마이크로필터, 청호나이스화장품 등에선 또 대표 자격으로 연봉을 받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필터의 경우 동생 정휘철 부회장과 공동대표인데, 작년 이 회사의 경영진보상액은 14억원이었다. 정 회장은 모르긴 몰라도 5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휘동 회장이 작년중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배당, 연봉, 임대료 등(억원)

 

청호나이스

엠씨엠

마이크로필터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

배당(억원)

0

30

7.2

14.96

연봉(억원)

?

?

5억원안팎(?)

?

건물임대료(억원)

15.6

0

0

0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총수지분이 집중되는 지주회사를 만들지 않는 대신, 이렇게 주력 4사에 압도적인 자기지분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매년 50억원이 넘는 배당수입과 최소 수억원대의 연봉을 벌고, 계열사들에 대한 절대적 지배력과 전권을 계속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또 자기 개인소유 빌딩에 청호나이스를 입주시키고 매년 임대료를 받고있다고 해서 수년 전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빌딩은 서울 삼성동 소재 나이스빌딩으로 알려진다. 과거 정 회장과 청호나이스가 반반씩 투자해 이 빌딩을 매입했다가 정 회장이 다시 청호나이스 지분을 모두 매입, 100% 자기 빌딩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청호나이스 감사보고서에 공시된 지배주주에 대한 임대료 지급액은 2115.6억원, 2011.3억원이다. 2019년엔 12. 4억원을 지급했다. 작년에 임대료를 더 올린건지, 아니면 임대면적이 늘어난 것인지는 알수 없다.

2019년까지는 오너일가에 지급하고 있던 임대료 내역을 공개하지 않다가 2020년부터 갑자기 감사보고서에 공시해 실상이 드러났다. 비상장기업이 스스로 공개하긴 어려울텐데, 공정위 등 관계당국의 공시압력이 가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사무실과 관련,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비용절감을 위해 자체 명의의 건물을 확보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물에 세들어 입주한다. 충북 진천에 본사가 있는 청호나이스의 경우 굳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서울 강남 한복판에 서울사무소나 지사를 둘 이유가 별로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굳이 강남에 사무실이 필요하다면 왜 기존의 강남 빌딩 공동소유권을 오너에게 팔았는지도 의문"이라며 "이 또한 총수의 절대적인 전권행사가 가능한 지배구조 탓이 아닌가 여겨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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