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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性善說)의 올바른 해석
성선설(性善說)의 올바른 해석
  • 박석무
  • 승인 2022.05.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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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다산 학문의 근본은 경학(經學) 연구에 있었습니다. 다산의 500여 권이 넘는 저서의 232권 이상은 경학연구에 관한 저서임을 알게 되면 금방 짐작이 가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반드시 처음에는 경학공부로 밑바탕을 다진 뒤에 옛날의 역사책을 섭렵하여 옛날 정치의 득실과 치란의 이유를 캐보아야 한다 (「寄二兒」)”라고 말하여 학문은 경학공부부터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경(經)의 뜻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서야 인간의 일이나 국가의 일이 절대로 바르게 갈 수 없다고 확언하고 있습니다.

“경전의 뜻이 밝아진 뒤에야 도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 도를 얻은 뒤에야 비로소 마음가짐(心術)이 바르게 되고, 마음가짐이 바르게 된 뒤라야 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경학에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丁修七에게 주는 글」)”라고 말했으며, “폐법(弊法) 학정(虐政)이 행해짐은 모두 경의 뜻이 밝혀지지 못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는 경을 밝히는 일보다 앞서는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弊法虐政之作 皆由於經旨不明 臣故曰治國之要 莫先於明經也 : 『경세유표』 地官修制 賦貢制 二)”라고 경학의 중요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강조하였습니다.

공자와 맹자 이후 수많은 경학자들이 나타나서 모두가 자신이 해석한 경의 뜻이 가장 바른 해석이라고 당파로 나뉘어 싸우기까지 했지만, 다산이 확인해 본 경학은 결코 공자와 맹자의 본뜻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서, 다산은 생을 걸고 사서육경(四書六經)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공맹의 본뜻에 가장 근접하는 논리라는 확신을 피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송나라 학자들에 이르러 성(性)을 이(理)라고 해석하여 성리학(性理學)의 체계가 새롭게 세워지면서 이른바 이학(理學)이라는 학문으로 정립되어 성(性)ㆍ인(仁)ㆍ덕(德) 등 모든 유학의 중심사상을 이(理)로 해석하여 관념적인 체계로 굳어졌습니다. 이런 논리에 근본적인 반기를 들고 다산은 새로운 행위개념을 찾아내 실학적 경학인 다산경학을 이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맹자의 ‘성선설’에 대하여 하나만 살펴보겠습니다. “인간 영체(靈體)의 안에는 세 가지 이치가 있다. 그 성(性)으로 말하면 착함을 좋아하고 악함을 부끄러워 한다. 이래서 맹자는 인간의 성품은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권형(權衡)으로 말하면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다. 이래서 양웅(揚雄)은 선악혼재설(善惡混在說)을 주장했다.

행사(行事)로 말하면 선을 하기는 어렵고 악을 하기는 쉽다. 이래서 순자(荀子)의 성악설이 나왔다. 순자나 양웅은 성이라는 글자에 인식이 잘못되어 맹자의 주장과 차이가 나지만 우리 인간 영체 안에는 본래부터 세 이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심경밀험, 심성총의) 라고 말하여 맹자의 성선설이 옳고 나머지는 그르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부연설명을 합니다. 하늘이 사람에게 착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권형을 주어 아래로 내려가면 착하기는 어렵고 악하기는 쉽게 해주지만, 위로 향하면 착함을 좋아하고 악함을 싫어하는 성품을 주어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착함을 행할 수 있기 때문에 성은 착하다는 맹자의 학설이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맹자(孟子)』의 해석에서는 인간에게는 ‘자주지권(自主之權)’이 있어 자기의 결단에 의해 착하기도 악하기도 한다는 큰 진리를 발견하기에 이릅니다.

성악설이나 선악혼재설이 부정되면서 착한 성품을 자신의 의지에 의해 계속 이끌고 갈 때만 역사는 발전하고 인류문명은 진화한다는 능동적인 인간론을 찾아낸 다산의 경학이론이 바로 공맹의 성론임을 그런데서 알게 해줍니다. 인간의 성품은 본래부터 악하다, 인간의 성품에는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다고 했을 때, 그 결과가 낳을 폐해를 생각해보면 다산의 경학이론이 얼마나 탁월한 이론인가를 알아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 석 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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