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값 양극화 현상으로 갭투자(매수자가 전세금을 안고 매입) 방식도 차별화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지방 아파트시장에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앞지르는 역전현상이 줄을 잇는 반면, 서울 강남권 고가 단지 매입에는 전세금을 빼도 20억원을 웃도는 현금을 내고 구매해야 한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중소도시의 전세가율은 지난해 11월(76.9%)부터 올해 3월(77.1%)까지 상승세다. 반면 수도권은 같은 기간 0.2%포인트(63.8%→63.6%) 감소했다.
지방 중소도시 매매가격지수는 4월 첫째주 106.1에서 5월 첫째주 106.2로 0.1포인트 올랐다. 충남, 전남 등지의 전세가격지수도 0.2포인트(104.9→105.1) 상승했다.
이로 인해 일부 지방 단지에서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앞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남 김해시 대청동 ‘갑오마을4단지부영’(2002년 준공·760가구)의 전용면적 80㎡는 3월 1억7850만원에 매매된 뒤, 다음달 보증금 1억95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1650만원의 마이너스 갭이 발생한 셈이다.
경북 구미시 옥계동 ‘대동한마음타운’(1995년 준공·690가구)의 전용 59㎡(8층)는 2월 7700만원에 팔린 뒤 4월 1500만원 높은 92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업계에선 해당 지역에 외지인 투자가 몰렸고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에 따른 전세난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남 20억 웃돈 내고 갭투자, 서초·노원 등 非토지거래허가구역 집중
외지인들이 수 개월 전 시세로 사들인 아파트를 수 천만원 웃돈을 붙여 전세로 내놔도 현지 주민들의 임대 수요로 거래가 성사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래들은 재계약 시점에 전셋값이 하락 국면일 경우 기존 세입자들이 집주인으로부터 제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이른바 '깡통전세' 우려가 크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에선 전세금보다 10억~20억원을 더 내야하는 갭투자가 많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실거주 의무가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사례가 집중됐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전용 100㎡은 3월 29일 32억7000만원에 팔린 뒤 4월 23일 9억5000만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매와 전세 가격 격차는 23억2000만원에 달한다.
4월 2일 43억1000만원에 팔린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일 주일 뒤인 4월 9일 23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매수자가 전세금을 제외하고 20억1000만원을 더 부담한 것. 이런 주택은 즉시 실거주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구매자가 2~4년 이후 실입주하거나 투자 목적으로 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마이너스 갭투자는 시중금리 상승 시 전세금 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집값 상승 국면에서 서울 등 수도권 고가 아파트와 지방 저가 아파트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