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잘못돼도 수정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코픽스 산출 자료를 제공하는 9개 은행과 연합회가 맺은 '코픽스 금리 산출 및 운용지침'에 "공시된 코픽스는 수정 공시하지 않는다"고 적시됐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는 미국의 코피(KOPI) 금리를 참고해 만들면서 '재공시를 하거나 수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벤치마킹 했다"며 "원론적으로 리보 등 지표금리는 고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실수는 고객들에게 손해를 미치는 부분인 만큼 은행권의 동의를 얻어서 재공시를 했다"며 "지표 금리의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 은행이 손해보는 구조 등을 감안해 지침을 보완할 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의 실수를 없애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표준화하고 연합회 차원에서는 수치를 재점검할 수 있는 방안을 보완하는 것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수정 금지 조항'을 수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처럼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 환급이 가능하지만 은행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 소비자 입장에서 다시 환급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전날 도코에서 열린 IMF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 이득이냐 고객 이득이냐의 문제와 시기의 문제가 고민"이라며 "조항을 없애자는 것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일축했다.
앞서 우리은행 리스크관리부 직원은 8월 코픽스 산정에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 수치를 은행연합회 시스템에 실제 수치보다 높게 입력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후 연합회는 20여일이 지난 후 코픽스 금리를 잔액기준의 경우 당초보다 0.01%포인트 낮은 3.78%, 신규는 0.03%포인트 낮은 3.18%로 다시 공시했다. 이로써 8개 은행은 코픽스가 실제보다 높게 공시돼 부당하게 이자를 많이 낸 대출고객 4만4032명을 대상으로 서둘러 환급에 나섰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는 은행에서 수치를 잘못 입력하면 전달과 편차가 크지 않을 경우 중간에서 점검할 수 이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없다"며 "금융당국은 금융권 금리 결정과 과정 관리, 감독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