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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魔)의 나이 55세...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일파만파'
마(魔)의 나이 55세...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일파만파'
  • 오풍연
  • 승인 2022.05.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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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대법원이 26일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것은 위법하다”며 고용 안정을 위해 도입된 임금피크제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의 판단은 맞다고 본다. 나이를 먹었다고 임금을 덜 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결에 노동계는 환영했고, 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당장 임금피크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노사 협상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임금을 점차 깎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전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령 근로자에게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을 할 수 있었다. 이는 근로자의 생활을 불안정하게 하고 노인 빈곤 등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고령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일부 사업장에만 적용되던 임금피크제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것은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2016년 시행)으로 노동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면서다. 박근혜 정부는 '60세 정년' 의무화를 앞두고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확대에 힘을 쏟았고 모든 공공기관이 2015년 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운용 중인 곳의 비중은 2015년 27.2%에서 2016년 46.8%, 2017년 53.0%, 2018년 54.8%, 2019년 54.1%로 증가했다.

내가 다녔던 신문사도 그랬다. 60년 생까지는 만 55세가 되던 2015년까지만 다닐 수 있었다. 61년 생부터는 법 개정으로 정년이 5년 늘어났다. 60세 정년을 맞았다. 대신 56세부터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갔다. 임금을 절반으로 깎았다.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없었다. 나간들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랬다. 결과적으로 하는 일이 똑 같았음에도 임금만 줄어든 셈이다. 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하겠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를 높인다는 목적이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대법원은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는데 적정한 대상 조치가 강구되지 않은 점 △임금피크제를 전후로 근로자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며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임금피크제의 효력은 개별 사안, 사업장 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활발한 은행권도 비상이 걸렸다. 향후 노사가 마주앉는 테이블에서 임금피크제 폐지, 혹은 제도 변경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은행에선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연령을 만 56세로 정하고 있다. 앞으로 기준연령을 높이거나 급여 감소폭을 줄이는 식으로 타협안을 마련할 듯 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불러온 파장이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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