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물려 주요은행의 가계대출 감소세가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미미한 데 더해 고금리를 감수하고 ‘빚투’할 투자처도 마땅치 않아서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1조615억원으로 전월말대비 0.19%(1조3302억원) 줄었다.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올들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계대출 감소액은 1월 1조3634억원, 2월 1조7522억원, 3월 2조7436억원, 4월 8020억원, 5월 1조3302억원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들어 가계대출 감소액은 7조991억원에 이른다.
5월 가계대출 감소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이었다. 특히 올 3월과 4월 증가세를 지속했던 주담대는 5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5대 은행의 5월말 주담대 잔액은 506조6723억원으로 전월말대비 0.1%(5245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주택 거래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실행되는 신규 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비은행권은 50%)를 적용하고 있다. 총 대출이 2억원을 넘고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5000만원일 때 원리금이 2000만원보다는 낮아야 한다. 올해 7월부터는 총 대출이 1억원으로 규제가 강화된다.
매월 줄어든 신용대출 잔액도 가계대출 감소 곡선을 더욱 가파르게 했다. 5월말 이들의 신용대출 잔액은 131조7993억원으로 전월대비 0.5%(6613억원) 줄었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용대출 감소폭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1조5766억원, 올 1월 2조5151억원, 2월 1조1846억원, 3월 2조4579억원, 5월 6611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신용대출 감소액만 7조7579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아울러 대출금리 상승 영향도 받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 인상한 것은 2007년 7, 8월 이후 14년 9개월만이다.
기준금리 상승이 대출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자부담이 커진 점이 가계대출 규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4.05%를 기록하며 4% 선을 뚫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가 고금리를 감당하면서까지 신용대출을 받을만한 요인이 없다"며 "주식, 코인 시장이 계속 부진하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