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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대한 소고(小考)
자본주의에 대한 소고(小考)
  • 민계식
  • 승인 2022.06.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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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계식 칼럼] 자본주의를 논하기 전에 우선 자본주의라는 용어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우리가 무심히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재고해야 할 것들이 많다. 대립과 갈등을 은근히 부추기는 것들도 그런 예다.

노사 분규라고 할 때의 ‘노사’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줄임말로, 조선 왕조 시대의 ‘머슴과 주인’ 같은 느낌이어서 반목과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필자는 1990년대 노사 분규가 한창일 때 노사라는 용어 대신 노동자와 경영자를 가리키는 ‘노경’이란 표현을 사용하자고 여러 일간지에 제안한 적이 있다.

선전선동에 능한 좌파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용어들을 선점한 뒤 갈등을 조장해 대중을 분열시키고 국민 총화를 해치는 일에 이골이 나 있다. 좌파는 오래전부터 자기들은 ‘진보’, 우파는 ‘보수 꼴통’으로 분류해 왔다. 일반 국민, 특히 청년층은 당연히 진보라는 용어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좌파는 지금 ‘학생인권선언’이나 ‘차별금지법’ 등의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듣기에 그럴듯한 말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나라를 망치는 내용임이 한눈에 드러난다.

자본주의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칼 마르크스가 저서 ‘자본론’에서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에 맞서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각각의 실체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 특히 청년층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중에서 어느 쪽에 더 호감을 가질지는 뻔하다. 최근에는 자본주의를 시장경제로 바꿔 쓰기도 하지만 아직 귀에 익숙하지 않고 적절한 용어로 생각되지도 않는다. 사회주의에 대항하는 용어로는 그 본질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시장주의’ 또는 ‘자유경제주의’가 적합하다고 본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타고난 것이며, 그 욕망을 기초로 부를 축적하려는 의지의 자연 발생적 결과가 자본주의의 요체다. 인류 사회는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 고대문명사회, 봉건사회를 거쳐 산업사회로 발전해 왔다. 이런 변천을 가져온 공통분모는 ‘기술혁명’이다.

산업사회 이전에는 물레방아 같은 소규모 수력을 빼면 생산을 위한 동력이 사람과 가축의 힘이었으나, 18세기 후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대폭 개량하면서 기계의 힘으로 생산하는 제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후 노동자가 새로운 계층으로 부상하고 자본주의라는 사회경제 체제가 탄생했다.

자본주의는 역사의 굴레 속에서 진화 또는 변화를 거듭했다. ‘자본주의 1.0’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혁명 초기는 고전 자본주의로 불리는 자유방임주의였고, 노동자가 아무리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던 시대였다. 당시의 시대상은 챨스 디킨스의 소설 ‘어려운 시절’이나 영화로도 제작된 ‘올리버 트위스트’에 잘 묘사돼 있다. 1930년대에 대공황이 닥치자 자유방임 만으론 안 되겠다는 각성과 함께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수정자본주의, 즉 ‘자본주의 2.’0으로 진화했다.

사회주의와의 역사적 대결에서 우월성이 입증된 1970년대에는 시장의 자율을 강조하는 신자본주의, 즉 ‘자본주의 3.0’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發) 세계 금융 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자 자본주의가 너무 오만했다는 반성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시장 기능을 존중하되 낙오자들을 북돋우고 이끌어 가는 동반 성장을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따뜻한 자본주의, 즉 ‘자본주의 4.0’ 운동이 일어났다.

사회주의는 20세기의 50~60년간에 걸친 실험에서 실패했고 1970년대에 몰락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사회주의에 비해 근원적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빈부 격차, 경기 변동, 무한 경쟁, 승자 독식,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한 무방비 등이 자본주의의 대표적 폐해다.

무한 경쟁이란 태생적 문제점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오늘날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왜냐하면 자유시장의 경쟁적 기술 혁신이 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지속적으로 절감시킨 결과 상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기업의 존립 근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본주의의 역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결코 이들 문제점 때문에 사회주의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위에 지적한 폐해나 문제점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대한 실망이나 환멸을 느낄 수도 있다. 자본주의가 그 비용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첫째, 기업은 시장경제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역할에 유념해야 하고, 둘째, 성장의 과실을 광범위하게 분배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하며, 셋째, 받아들일 수 없는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자기 이익에 대한 욕망(성악설)과 타인에 대한 배려(성선설)가 공존한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두 측면의 절충에 달려 있다. 따라서 향후 자본주의는 기업, 정부, 민간단체의 적극 협조 아래 사회, 공동체, 환경을 진지하게 배려하는 인간 중심적이고도 포용적인 자본주의, 도덕적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로 발전해 나아가야 하며, 또한 그렇게 되기를 기원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민계식 ( minksdr@gmail.com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자상 수상

대한민국 국가 과학기술 유공자
(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회장(CEO & CTO)
(전) KAIST 해양시스템 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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