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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공항이 아니라 대학
지역균형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공항이 아니라 대학
  • 주윤정
  • 승인 2022.06.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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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정 칼럼] 한국의 망국적 수도권 중심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공항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천문학적 예산의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부산 가덕도, 새만금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우리의 미래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십조를 투자해 만드는 공항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내실화란 생각이 든다. 지역의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 등을 교육해, 미래 사회의 위기와 혁신에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의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런 격차는 사회의 활력과 잠재성을 갉아먹고 있다. 한 때 제2의 도시였던 부산이지만, 지금은 산업 및 교육의 영역에서 그런 활력을 잃었다. 이전에는 부산대는 수도권의 명문 대학과 수준을 나란히 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소위 ‘서성한 중경외시’의 언저리에 있다고 한다. 물론 신문사에서 만든 대학 서열이 대학의 수준을 알려주는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

서울대가 법적으로 국립대가 아닌 상황에서, 부산대는 가장 큰 규모의 국립대학이다. 그럼에도 서울대의 일인당 학생 교육비가 4861만원이며, 부산대의 경우에는 2000만원을 조금 넘는다. 이런 수치상의 격차는 교육현장에서 바로 체감된다.

사회학과의 경우 부산대 사회학과의 학부 정원은 40명, 서울대는 27명인데 전임교원의 수는 8명, 서울대가 15명이고, 학과의 행정인력은 부산대 1명, 서울대는 4명이다. 학부 학생수는 부산대가 많지만, 교수, 행정인력, 그리고 학과예산 차원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

지역균형, 공항이 아니라 대학으로

또한 서울대에는 대학원에 TA와 조교 관련 제도가 잘되어 있어서, 대학원생들이 조교로 역할하며 장학금을 받는 기회가 상당하고, 이는 단순히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뿐 아니라 미래의 교육자로서 교육에 대한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교육의 질이 물론 높아진다.

또한 서울대의 학생들은 다양한 비교과활동에 참여해 경험의 폭을 넓히고 학생에 대한 다양한 지원체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지역의 대학에서는 대학원생에게 장학, 교육,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과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교육의 경험은 교육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기존의 강의식 교육은 점차 MOOC와 같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것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온라인을 통한 자체 학습과 강의의 강화와 더불어 소규모의 토론 및 피드백이 강조되는 방식으로 수업이 바뀌게 될 것은 필연적이다.

최근 미국의 대학에서는 코칭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학업태도 등이 계층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기에 저소득층이 주로 다니는 공립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게 하기 위해 코칭 기능이 강화된다고 한다. 또한 현장과 연관되는 답사 등의 활동등이 강조되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코칭, 피드백, 다양한 활동의 기회가 증가하도록 고등교육현장은 바뀔 수 밖 에 없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는 어디로?

하지만 지역의 국립대학에서는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수월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적 실험들을 하기에는 기본적으로 자원이 부족하다. 서울대에는 교육부의 지원 뿐 아니라, 민간의 기부가 엄청나 교육 인프라, 서비스 등의 수준이 높아졌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지역균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수행되어 왔지만 오히려 수도권-지역의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지역 고등교육의 예산 수치와 서울대학의 격차가 보여주듯이, 지역대학의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는 부재하다. 그 사이 ‘지방대’는 혐오의 단어가 되어버렸다.

앞으로 한국의 고등교육은 단순히 국내의 교육연구 뿐 아니라, 동아시아 더 나아가서는 세계의 인재들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발전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지역 대학이 이런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지역에 국제공항만 지을 것이 아니라,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세계의 학생들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발전의 역사를 배울 수준 높은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국립 대학의 역할은 현존하는 격차에 따라 위계서열을 심화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잠재성의 재분배 역할을 하는 한편, 지역 사회에서 인권/환경/생태 등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가치를 확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교육부 중심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거점대학에 대한 지원을,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 제고와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보다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혁신적인 대학의 연구와 교육없이 더 나은 미래는 가능하지 않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주윤정
     -  부산대 사회학과 조교수
     -  한국인권학회 연구이사
        (https://sites.google.com/view/yunjeong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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