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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디폴트 도미노' 위기...새 정부 정책방향 확실히 세우라
세계는 지금 '디폴트 도미노' 위기...새 정부 정책방향 확실히 세우라
  • 정종석
  • 승인 2022.06.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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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디폴트 선언 이후 파키스탄, 라오스 등 도 뒤따를 듯...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도 디폴트에 가까워

한국도 문제가 심각해...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한계 가구와 한계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리고 ‘돌려 막기’ 성행

윤석열 정부,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는 격언 되새겨야...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아직 크고도 높아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이 줄줄이 '국가부도'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인도양의 진주’로 불리던 스리랑카는 지난 4월 12일 '일시적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선언을 한 데 이어 지난 달 18일엔 국채 이자를 갚지 못해 공식적으로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스리랑카는 국가부도 선언 이후 모든 경제활동이 마비됐다. 최대 도시인 콜롬보의 택시 기사들은 지금 주유소에서 3일 동안 줄을 서도 휘발유 한 통을 사기도 어렵고, 저소득층 가구는 한 끼를 두 끼로 나눠 먹어야 할 판이다. 직장을 못 구한 청년들은 외국으로 나가려고 이민 관청 앞에서 밤을 새우고 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외화 부족으로 인해 연료, 의약품, 식품 등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고 순환 단전도 계속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면서 연료 보조금을 연이어 삭감하는 등 세수 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IMF와 협상이 결렬되면 스리랑카의 뒤를 따르게 된다.

라오스는 이 두 국가에 이어 디폴트 후보국으로 꼽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4일 라오스가 "디폴트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을 'Caa3'로 한 단계 낮췄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도 디폴트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엘살바도르,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콩고공화국 등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수준인 'CCC+' 이하로 매겼다.

개도국은 선진국보다 식량·에너지 등 자원 공급 차질에 훨씬 더 취약한데다 문제를 해결할 정책 수단도 부족하다. 더 빨리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바야흐로 ‘R의 공포’가 엄습...국제 경제의 불황(recession)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

무엇보다도 개도국은 원유 등 에너지를 주로 수입에 의존한다. 최근 유가 급등과 달러화 가치 상승 속에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선진국들의 통화긴축 정책과 유동성 회수로 대외 부채가 많은 개도국들의 경제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바야흐로 ‘R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국제경제의 불황(recession)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이다. 경기 침체 신호로 불리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가시권에 들었다. 41년 만에 찾아온 미국의 인플레이션 쇼크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단행한 28년 만의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은 뭔가 거대한 태풍이 세계 경제에 몰려오고 있음을 직감하게 한다.

미국에서 재채기만 해도 개도국들은 감기에 걸린다고 한다. 기초 체력이 약한 신흥국들을 보자. 브라질 화폐 헤알화와 칠레 페소화 가치는 이달 들어 달러 대비 9%나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3% 넘게 급락했다. 24개 신흥국의 주가 변동을 보여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도 최근 일주일 새 4.7% 내려앉았다.

신흥국 채무 부담은 더욱 커졌다.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보유 중인 달러 표시 부채 실질 가치가 오른다. 신흥국들은 지난 10여 년간 저금리 속에 꾸준히 부채를 늘려왔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를 막는 과정에서 수십억 달러의 대외 부채를 추가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된 셈이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금리인상으로 방어에 나섰다. 칠레(1.25%포인트)와 브라질(1%포인트) 체코·폴란드(각각 0.75%포인트) 아랍에미리트연합·홍콩(0.5%포인트) 등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물가상승세를 꺾고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성장에 독이다. 되레 경제성장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

문제는 미국이 댕긴 금리인상 불씨가 ‘도미노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온 고물가로 가뜩이나 허덕이는 상황에서 미국이 급격히 돈줄을 죄면서 신흥국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자본유출을 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긴축에 니서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 경기 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도 문제가 심각하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한계 가구와 한계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고리(高利)로 급전을 조달해 버티는 이른바 ‘돌려 막기’가 성행한다.

부채가 불경기 폭탄의 '뇌관'... 가계부채 규모는 현재 1860조원으로 연간 GDP 수준을 웃돌아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7.09%까지 급등했고 다음 달에는 8%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다. 실물 부문에서는 ‘R(경기 침체)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마저 ‘그린북’에서 올 들어 처음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쓰고 말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섰던 2030세대와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대출이자 부담으로 상환 불능에 빠지는 ‘하우스푸어' 사태가 걱정된다.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였다가 갚지 못해 강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가 급증한다.

이것은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는 예고편일 수도 있다. 원자재 값 급등과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기업의 자금난도 심각한다. 전문가들은 부채가 불경기 폭탄의 또 하나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전체 규모는 올 상반기 기준 1860조원으로 연간 GDP 수준을 웃돌았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차주들의 고통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 정부는 이미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3.1%에서 2.6%로 내렸다. 한은의 2.7%,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7%보다 더 낮은 수치다.

연초 대비 각종 지수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하반기 경제가 사실상 제로(0)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자칫 부실채무 문제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경제전반의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

금융 취약계층의 채무가 부실채무가 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가 경제로 귀속된다. 정부가 계속해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 줄 수는 없지만 금리 부담을 줄여주고, 필요에 따라 재정을 지원하는 형태로 정책방향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에 따라 출범했다. 아직은 준비가 부족한 면모도 보인다. 그러나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는 격언을 되새겨야 한다.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아직도 크고도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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