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정부가 고금리 대출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지난해 법정최고금리를 연 24.0%에서 20.0%로 인하했지만, 우수대부업체의 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줄고 제도권에서 소외된 금융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 업체에서 본 고금리 대출 피해는 줄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악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최고금리 추가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경험이 있는 저신용자(6~10등급) 7158명과 우수대부업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저신용자의 57.6%는 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임을 알고도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응답자의 68.4%는 법정금리를 초과하는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었다. 이자제한법령에 따라 연 이자율이 20%를 넘으면 불법이지만, 응답자의 25%가량은 매년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 240% 이상의 금리를 부담한다는 응답자도 16.2%에 달했다.
동시에 여러 곳의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이들의 비중도 상당했다. 3명 이상의 불법사금융업자에게 대출을 받은 이들의 비중은 2020년 22.8%에서 5.7%포인트 증가했다.
저신용자들이 불법 대부업체를 찾게 되는 것은 이들이 등록 업체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저신용자의 57.6%는 불법사금융임을 알면서도 돈을 빌렸다.
코로나19 상황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53.0%에 달했고, 생활이 크게 어려워졌다는 비율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했다는 응답비율도 43.4%에 달했다.
어리고 소득이 적을수록 금리부담은 더 높았다. 20대는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경우가 61.5%로 전 연령에서 가장 높았고, 30대는 57.7%를 기록해 두 번째로 많았다.
소득별로는 평균월급이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인 구간에서 74.1%가 불법적인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었다.
일각에선 저신용자를 돕기 위한 최고금리 인하가 오히려 이들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저신용자들은 합법적인 대출시장에서 이탈해 불법 대출에 내몰리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40곳 중 저신용자(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은행은 12곳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대출승인이 거절된 이들은 43.4%로, 1년 전(39.6%)보다 더 늘어났다.
이는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로,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심사를 이전보다 까다롭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에서조차 돈을 빌리지 못한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불법 대부업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