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3) ‘한계기업 정리 및 금융회사 지원’ 특별법 만들라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3) ‘한계기업 정리 및 금융회사 지원’ 특별법 만들라
  • 권의종
  • 승인 2022.07.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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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보다 무서운 ‘빚핵’, 위기 대응에도 다 때가 있는 법...실기(失機)했다가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아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50일이 지났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권의종 칼럼] 장마철이다. 올 장마는 7월 중순까지 이어질 거라는 예보다. 2년 전 겪은 수해의 악몽이 불현듯 머리를 스친다. 2020년 8월. 이틀 동안 4백 밀리미터의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 둑이 무너지며 전남 구례읍이 물에 잠겼다. 7백여 가구가 침수되며 약 천8백억 원 피해가 났다. 수해 후 섬진강 홍수위만큼 둑을 높이고 배수장을 설치하는 대책을 추진했으나 아직도 공사 중이다. 올 장마도 조마조마하다.

둑은 정작 다른 곳에서 터지려 한다. 금융 부문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에서 부실 공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지원책이 종료되고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섬찟하다. 올해 3월 말 현재 자영업 대출잔액이 960조7,000억 원에 이른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3% 늘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60조 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3개 이상 은행에서 대출받은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규모만도 88조8,000억 원. 이런 취약차주가 31만6,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3만 명 넘게 불어났다. 

정부는 2020년 이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펴왔다. 은행이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게 했다. 대출의 원금은 물론 이자를 2년 동안이나 못 받게 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관치(官治). 세계 금융사(史)에서 유례를 찾기 드문 예다. 사상 최대 돈 잔치를 벌이는 금융회사들로서는 솔직히 입이 있어도 감히 토를 달기 어렵다.

금융 부문의 ‘둑 붕괴’ 조짐...경제의 약한 고리, 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 커져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 가구의 채무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최근 들어 낮아졌다. 하위 30% 저소득 자영업 가구의 DSR은 작년 말 기준 38.8%. 정부의 금융지원이 없다고 가정했을 땐 43.4%로 추정됐다. 이도 잠시. 내년부터는 자영업자 채무 부담이 늘 거라는 관측이다. 한은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점검한 결과, 전체 자영업자의 DSR은 내년에는 46.0%로 올해보다 7.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 가구를 중심으로 채무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다. 하위 30% 저소득 자영업 가구의 DSR은 올해 34.5%에서 내년 48.1%로 13.6%포인트 늘어날 거라는 예상이다. 중소득 가구 47.8%, 상위 30%, 고소득 가구 44.4%보다 DSR 증가 폭이 크다.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심화하면 이들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 금융권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둑이 무너지는 걸 막는 방법은 크게 2가지. 하나는 둑 안의 물을 방류해 수위를 적정수준 이하로 낮추는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둑을 보강해 담수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런 이치는 금융에도 한 치 오차 없이 적용된다. 전자의 경우가 회생 가망이 없는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이라 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은행의 부실 흡수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기존의 유동성 지원 중심에서 채무 이행 지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여태까지처럼 자금지원을 계속했다간 큰일 난다. ‘터진 둑에 물 대기’ 식이 되고 만다. 금융지원 조치를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낮은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 폐업 지원, 사업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으로 출구를 터줘야 한다.

한계기업은 정리하고, 대손충당금은 더 쌓고...부실 금융회사앤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상황이 상황인지라 한계기업 정리는 피할 수 없다.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5대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 215조 원의 27%인 58조 원이 부실 우려 대출로 분류됐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치 못하는 기업이 5만여 개에 이른다. 이런 한계기업 1곳당 평균 대출액이 10억 원이 넘는다. 이런 상황을 내버려 뒀다간 결국은 잠재위험이 폭발하고 말 것이다. 

기업 부실이 금융회사 부실로 번지는 걸 막아야 한다. 금융회사가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게 해야 한다. 국내은행은 그동안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등 위험 관리에는 소홀했다.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은 미국 은행의 20%에 그친다. 국내 4대 은행의 총대출 대비 충당금 비중을 뜻하는 대손 비용률은 0.02~0.03%로, JP모건 0.10%의 5분의 1 수준이다. 대손충당금은 미래에 발생할 손실에 쓰기 위해 은행이 미리 쌓아두는 돈이다.

정부가 부실 우려 금융회사에 대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 국내 금융사들의 위험 수준이 아직은 관리 가능하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위험수위는 한순간에 높아진다. 특히 취약차주가 많은 비은행 금융권의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 빠르고 효율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한계기업 구조조정 및 금융회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둑은 약한 곳에서부터 터진다. 그리고 한 곳이 터지면 순식간에 둑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과중한 부채가 경제 파탄 도미노의 시작점이 된다는 건 경제의 초보적 상식이다. 가계와 기업이 빚에 무너지면 금융이 부실해지고, 금융이 부실해지면 나라 경제가 흔들리게 마련이다. 위기 대응에도 다 때가 있는 법. 실기했다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모든 게 허사가 되고 나서 땅을 치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북핵보다 무서운 게 '빚핵'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경영학박사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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