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LTV·DSR 규제 느슨 제도 허점 노려…대출자산 361% 급증, 불법 영업 '만연'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자산을 불리는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불법으로 대거 취급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업계에서 자산규모 5위인 페퍼저축은행에서 이 같은 ‘작업대출’ 취급이 적발된 만큼 이러한 불법 영업 행태가 업계에 만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이데일리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4월4일부터 5월6일까지 5주간 페퍼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고강도 수시검사를 진행했다. 검사결과 페퍼저축은행은 대출 자격이 없는 개인 차주에게 사업자 주담대를 취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조작하는 이른바 ‘작업대출업자’까지 동원된 것으로 파악된다.
보통 경영 목적으로 취급되는 사업자대출을 받기 위해선 자금 사용처를 소명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하고, 빌린 돈은 해당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작업대출업자가 세금계산서 등을 위·변조해 사업자가 아닌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위장하고, 페퍼저축은행은 이들 차주에게 돈을 빌려줬다. 개인사업자인 차주에게도 사업 외 용도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업자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느슨 제도 허점을 노린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사업자대출은 DSR, LTV 등 가계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개인차주가 빌릴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 불법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페퍼저축은행이 취급한 불법 사업자 주담대의 상당수는 개인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엔 LTV가 90% 이상인 대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페퍼저축은행이 이러한 불법 작업대출을 통해 자산을 크게 불린 것으로 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자산은 2016년 말 1조3065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187억원으로 361% 급증하며 업계 자산순위가 10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특히 2016년 말 2991억원에 불과했던 개인사업자 대출금 잔액이 지난해 말 1조5781억원으로 428% 급증하면서 가계대출금 증가율(330%)을 웃돌았다.
페퍼저축은행엔 강한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선 저축은행 CEO(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저축은행에서 사업자 주담대 서류 위변조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대출 취급 후 자금용도 및 유영 여부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내뱉은 바 있다.
금융권에선 저축은행들이 취약 차주들을 위한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복현 원장 역시 취약 차주 보호 목적의 중금리 대출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관련 금융지원 종료와 금리상승이 겹친 현 시점이야말로, 저축은행의 역할이 중요할 때란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전날 한국은행은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렸다. 통상적인 인상 폭(0.25%포인트)의 두 배인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으로 역사상 최초다.
이는 즉, 저축은행의 조달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단 뜻으로, 향후 취약 차주 대출에 자칫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소액 대출 취급량도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봤다. 이 대출을 받는 고객은 대부분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만큼, 기준 금리상승 시 업체 입장에선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부업체들도 담보 대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상황에, 해당 대출 통로까지 막히면 고객들은 단번에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