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금리보다 환율이 관건...외국인 이탈자금 규모 크지 않아"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7월 달러 강세 등 불리한 환경에도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월간 매수 우위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말 이후 한미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2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는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으로 작년 12월 3조3987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6월 말 2,332.64에서 7월 말 2,451.50으로 5.10% 올랐다.
이 같은 코스피 상승 전환은 지난 3월 이후 넉 달 만의 반등으로, 월간 지수 상승률도 3,000 돌파 직전인 2020년 12월(10.89%) 이후 최고치다.
외국인이 7월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외국인이 한 달간 5461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삼성전자 주가도 6월 말 5만7000원에서 7월 말 6만1400원으로 7.72% 오르며 '6만전자'를 회복했다.
LG에너지솔루션(4679억원)과 SK하이닉스(2675억원), 현대차(1785억원), 삼성SDI(1579억원) 등으로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렸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 전환은 하락장에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커서 저가 매수 유인이 높아진 데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긴축과 경기 침체 공포 등 거시 환경 불안과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외국인은 연초부터 6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6조176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외국인 비중은 6월 30%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달러 강세 여파로 이달 중순 1,32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290원대까지 내리며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자금 유출 규모가 컸던 만큼 투자환경 개선 시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유입 여력을 가진 외국인의 위상이 표출된 셈이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2.25∼2.50%로 0.75%포인트 올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드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과거 한미 금리 역전 시기에도 외국인 대규모 자금 유출은 없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6년과 2019년 금리 역전 폭이 최대 1%포인트에 달했던 구간까지는 금리 역전만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한미 금리 역전보다는 원화 방향성이 자본 유출을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통한 원화 약세 압력도 정점 부근에 도달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도만 70조원이 넘는 만큼 추가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는 규모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