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속 수출주도형 국가 경영, 글로벌 패러다임에 맞춰야
무역적자 속 수출주도형 국가 경영, 글로벌 패러다임에 맞춰야
  • 권의종
  • 승인 2022.08.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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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위주에서 국제계약, 해외직접투자 방식과 혼합방식으로 바꿔야...한국경제 확실히 먹여 살릴 '캐시카우' 만들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무역수지가 연이어 적자다. 넉 달 내리 빨간불이다. 수출이 많이 늘었으나 수입은 더 많이 늘었다. 7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4% 증가한 607억 달러, 수입은 21.8% 늘어난 653억7,000만 달러였다. 46억7,000만 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4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다. 넉 달 연속 무역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무역적자 누적액이 150억2,500만 달러에 이른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고 세계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는 등 수출 전망 또한 밝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동시 출현하는 ‘쌍둥이 적자’가 걱정된다. 

대(對)중국 무역수지도 석 달 연속 적자다. 1992년 이후 30년 만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이 대도시를 봉쇄한 것과 무관치 않다. 구조적인 문제로 단정 짓기 어렵다. 설사 그렇다 해도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다. 신경이 쓰인다. 더 마음에 걸리는 건 중국의 빠른 기술 굴기(屈起)다. 중국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 빼고는 정체거나 감소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도 무역적자를 겪고는 있다. 그렇다고 동병상련은 천만의 말씀. 그들 나라의 사정은 우리와 판이하다. 다들 기축통화국인데다 하나같이 국가 경쟁력이 막강하다. 내수시장도 탄탄하게 받쳐준다. 우리나라는 그들 나라보다 경쟁력 면에서 열세인데다 두 차례나 외환위기를 겪은 신흥국에 불과하다. 

무역적자 와중에 중국의 기술 굴기(屈起) 우려...10대 수출품 중 반도체 빼고 정체나 감소세

무역적자는 후유증이 더 무섭다. 적자가 누적되면 원화 가치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환 당국이 과도한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외화보유액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이른 후 내리막이다. 외환시장 개입 영향 등으로 4,383억 달러까지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하는 외환보유 적정 범위인 4,680억~7,021억 달러를 밑돈다.

IMF 기준치가 절대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외화보유액이 세계 1위인 중국도 IMF 기준에는 미달한다. 우리나라는 대외부채 중에는 장기 부채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15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대외부채보다 많은 순(純) 채권국이다. 그런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름의 일리는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무역적자나 외환보유 감소는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유심히 살펴보는 중대 변수라는 점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다. 국가 신인도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설사 무역수지 적자가 에너지 수입 급증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 해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수출로 먹고 나라에서 무역적자만큼 위험한 게 없다. 서둘러 수출진흥책을 내놔야 한다. 모든 게 다 때가 있다. 실기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수출 확대를 위해 금융, 행정, 세제 지원 등을 늘려야 한다. 규제는 풀고 장애는 없애야 한다. 유망 수출 품목 발굴과 함께 시장 다변화, 공급망 다원화 등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무역수지를 극대화해 나라를 부강케 하는 신(新)중상주의 정책을 펼칠 때다. 

수출 품목 발굴, 시장 다변화, 공급망 다각화로...무역수지 늘리는 신(新)중상주의 펼칠 때 

수출주도형 국가 경영으론 이제 한계가 있다.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잘 안 맞는다. 경제적 의미의 국경이 사라지고 국가 경제의 영역이 지구화되고 있다. 원자재 조달이 쉽고 상품을 싸게 만들 수 나라로 생산기지가 옮겨가고 있다. 외국의 자본과 우수 기술 유치를 위한 각국의 노력 또한 필사적이다. 여기에 공급망 위기, 물류비용 상승, 자국 우선주의 강화 등이 맞물리며 수출 확대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수출은 글로벌화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국내외에서 원자재를 구매해 가공한 후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이야말로 국제사업 활동의 기본에 불과하다. 해외시장 정보에 어둡고 고객 수요를 잘 알지 못할 때 활용되는 방식이다. 정치적 위험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관리 능력이 충분치 못할 때 유효하다. 제품에 따라 다르고 순서가 정해진 건 아니나, 수출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국제계약방식이나 해외직접투자로 진화를 해야 맞다. 

그래야 국부 창출을 위한 새롭고 확실한 캐시카우(Cash Cow)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계속해서 현금흐름을 발생시켜 한국경제를 벌여 살릴 돈벌이가 되는 수익창출원을 발굴할 수 있다. 수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국제적인 라이선싱, 프랜차이징, 경영관리계약, 턴키프로젝트, 계약제조 등과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외국의 실물자산이나 주식 등을 취득하는 해외직접투자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글로벌화는 선점효과가 크다. 주요국과 비교해 해외 진출이 늦은 우리나라는 그만큼 불리한 위치에 있다. 세계 무대를 상대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경쟁국들과 차별화된 전략 수행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전략의 고도화, 비교우위의 기술혁신, 난공불락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모든 게 말처럼 쉬울 리 없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합심해 노력하면 못 할 것도 없다. 우리가 어떤 민족이고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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