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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14) ‘반시장적 정책’ 손보는 것도 시급한 개혁과제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14) ‘반시장적 정책’ 손보는 것도 시급한 개혁과제
  • 권의종
  • 승인 2022.08.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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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장적 정책이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주변에 널려있어...국면전환용, 치적쌓기용 정책은 금물... ‘정치의 경제 지배’는 망국의 지름길...나중이야 어찌 되든 나랏돈이 얼마가 들든 일부터 일단 저지르고 보는 무모와 무책임은 경제를 수렁으로 내모는 지독한 악행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권의종 박사

[권의종  칼럼] 정책은 힘들다.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약은 커녕 독이 될 때도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시장 확장을 막겠다며 도입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그 한 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10년간 110여 건의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 진입을 막았다. 그런데 웬걸. 수혜자가 돼야 할 중소기업이 되레 피해자가 됐다. ‘중소기업 보호’ 취지는 못 살리고 해당 업종의 생산과 고용만 위축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8~2018년 중기 적합업종 제도의 시행 효과를 분석했다. 결과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담았다. 놀랍게도 제도의 보호를 받은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 경제적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DI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폐기를 제언했다.

적합업종 제도는 시행 초부터 논란이 무성했다. 두부, 김치, 막걸리, 조리 김, 세탁비누 등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원성이 자자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규제 사각지대의 외국 기업이 대기업 빈자리를 차지했다. LED조명의 경우 2012년 중기 적합업종에 지정돼 삼성전자와 LG이노텍 등이 사업을 접었다. 그러자 유럽산과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득달같이 점령했다. 중국산 김치가 급식시장을 80% 이상 장악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적합업종 지정이 결과적으로 국내 중소기업보다 외국 기업의 배를 불린 꼴이 됐다. 중소기업에 돌아갈 보호 효과는 제대로 따져도 안 보고 대기업이라는 이유 만으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특정 업종의 진입을 막은 게 패착이었다. 보이지 않는 더 큰 피해는 따로 있었다.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박탈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역기능을 불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역설...수혜자가 돼야 할 중소기업을 되레 피해자로 만들어

반시장적 정책이 어디 이 뿐이랴.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주변에 널려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그렇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확대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났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임금이 감소하고 여가가 주는 등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아우성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 1년 근로자 영향조사’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근로자의 55.0%가 “주 52시간제 도입 후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좋아졌다”는 답은 13.0%에 불과했다. 워라밸이 나빠진 이유로 93.3%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져서”로 답변했다. 35.8%는 “연장수당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투잡’ 생활을 하느라 여가 시간이 부족해졌다”고 대답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한 주 52시간제가 근로자의 경제적 여유와 저녁 시간을 앗아간 꼴이 됐다.

대형마트 영업 제한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골목상권 보호의 취지로 유통산업발전법에 제도가 반영됐다. 대형마트는 매월 2회 의무휴업, 10~24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됐다. 밤 12시 이후에는 어떤 영업활동도 할 수 없어 온라인 주문을 받아 배송도 못 했다. 전통상업 보존구역에는 출점이 어렵고 출점 과정에서 상권 영향평가를 받는 등 제한이 따랐다. 

대형마트 규제의 수혜는 전통시장의 몫이 아니었다.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은 e커머스와 식자재마트, 편의점 등이 챙겼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7년 94조1,000억 원에서 2021년 187조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 규제를 받지 않는 식자재마트도 매출이 곱절 이상 늘었다. 대형마트가 문 닫는 일요일에 소비자가 전통시장이 아닌 식자재마트나 온라인 배송을 찾았다는 얘기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정부 보호 필요하나...제도 시행으로 희생되는 소비자 후생도 고려해야

실패는 반면교사가 돼야 맞다. 정책은 처음부터 잘 만들어야 한다. 특히 효과를 사전에 면밀하게 헤아려야 한다. 아무리 명분과 취지가 좋아도 효과가 없거나, 역효과가 예상되면 쓸모가 없다. 그런 점에서 중기 지정업종처럼 특정 사업 영역에 대한 보호는 상책이 못 된다. 그보다는 부정경쟁 행위 방지와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율이 효과적일 수 있다.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나 불공정한 행위를 막아주는 게 중소기업에 더 이로울 수 있다.

보호는 최소 기간에 그쳐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외부 위협을 극복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지도와 지원을 충분히 뒷받침해야 한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무한정 보호를 유지하면 오히려 기업에 해가 된다. 자식도 오냐오냐 키우면 홀로서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이치는 기업에도 그대로 통한다. 정부 보호막이 당장은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그게 오래되고 거기에 익숙해지면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책의 중심에는 늘 소비자가 위치해야 한다. 앞서 예로 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주 52시간 근무제, 대형마트 휴업제 등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제도 시행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는 고려조차 안 됐다. 그저 중소기업이나 근로자, 동네 상권을 돕는데 급급한 나머지 소비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잘못을 번번이 저질러왔다.

정책은 의도가 순수해야 한다. 혹시라도 국면전환용이나 치적 쌓기용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정치의 경제 지배’는 망국의 지름길이다. 국민의 시선을 끌고 인기나 얻으려는 선심 공세는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는 중대한 범행이다. 나중이야 어찌 되든 나랏돈이 얼마가 들든 일부터 일단 저지르고 보는 무모와 무책임은 경제를 수렁으로 내모는 지독한 악행이다. 정책 헛발질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드러난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고름이 살 되지 않는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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