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고발기한 명시도...지배력 남용·담합 등 시장 반칙행위는 엄단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처벌보다는 피해 구제와 자율적 분쟁 해결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바꾼다.
조사를 받는 기업에는 구체적인 조사 범위를 명확히 고지하고 이의제기 권한을 주는 등 방어권을 보장키로 했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보고를 했다.
새 정부 들어선 후 첫 공정위 업무보고에 담은 '공정거래법 집행 혁신 방안'에는 ▲공정거래 법집행 혁신 ▲자유로운 시장 경쟁 촉진 ▲시장 반칙행위 근절 ▲중소기업 공정 거래기반 강화 ▲소비자 상식에 맞는 거래질서 확립 등 5대 핵심과제가 담겼다.
윤 대통령은 윤 부위원장에게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 집행에 있어 법 적용 기준과 조사, 심판 등 집행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오는 17일 정부 출범 100일이 되도록 새 수장을 맞지 못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조성욱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윤 부위원장이 보고에 나섰다.
보고에서 공정위는 조사·사건 처리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법 집행 효율화로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를 추진한다는 목표로 자율준수프로그램(CP) 제도, 분쟁조정 등 민간의 자율적인 분쟁 해결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시간 사건현황판 설치, 장기사건 특별점검, 대형사건 전담팀 구성 등을 통해 사건 처리 기간을 관리하고 단순한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키로 했다.
사적 분쟁 성격의 사안에서 조사 대상 기업이 자율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경우 과징금 감면을 확대할 방침이다.
기업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때는 피조사 기업에 구체적인 조사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고지하고, 조사과정에서 기업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신설하는 등 기업의 절차적 권리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강화한다.
공정위가 특정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 기업이 조사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하면 이의를 제기토록 해 증거채택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행정제재 후 상당 기간이 지나고 검찰 고발이 이뤄지면 기업 활동이 장기간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달청장 등이 공정위에 의무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기한을 제한하고 절차를 투명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정위는 스스로 검찰 고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더 객관적으로 바꾸고, 고발하지 않기로 한 경우 의결서에 미고발 사유를 내년 3월께부터 명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독과점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와 담합 등 시장 반칙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앱 개발자들에게 자사 앱마켓에만 독점 출시하도록 강요해 경쟁 앱마켓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구글에 대해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공정한 거래 기반 조성과 관련,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납품단가를 원자잿값에 연동하도록 유도하고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여부는 추후 검토키로 했다.
또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신고 포상금, 과징금을 올리는 한편 감시 조직·인력을 확충해 수시로 직권조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액 확대 등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한다.
가맹본부, 대형 유통업체, 대리점 본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중점적으로 감시하고, 특히 최근 급속히 성장한 온라인 유통업체의 납품업체 경영 간섭 행위도 감시한다.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민간 중심 자율기구를 통해 자율규제 방안을 구체화하되 과도한 수수료, 불투명한 검색 노출 기준, 짝퉁 유통, 리뷰 조작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를 배달앱·오픈마켓 등 업종별로 지원키로 했다.
윤 부위원장은 “공정한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려면 시장과 정부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면서 “공정위에 대한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법 집행 방식과 기준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