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해설사 제도 공인(公認)하고, 금융강사 양성 아카데미 설립해야
금융해설사 제도 공인(公認)하고, 금융강사 양성 아카데미 설립해야
  • 권의종
  • 승인 2022.08.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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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 면에서 교육만 한 게 없어... 좋은 여건, 좋은 스승에게서 좋은 교육 나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1685년 영국. 찰스 2세가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동생 제임스 2세가 왕위에 올랐다. 그는 절대군주제와 가톨릭 복원을 시도하다 의회와 마찰을 빚었다. 휘그당과 토리당이 연대해 제임스 2세를 축출했다. 1688년 왕이 프랑스로 도망하고, 그 이듬해 국민협의회가 네덜란드로 출가한 제임스의 신교도 딸 메리와 그녀의 남편 오렌지 공 윌리엄을 국왕으로 추대했다. 메리 2세와 윌리엄 3세로 공동 왕위를 잇게 했다. 

이 사건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왕권을 교체했다 하여 ‘무혈혁명(The Bloodless Revolution)’ 또는 ‘명예혁명(The Glorious Revolution)’이라 불린다. 메리와 윌리엄이 공동으로 왕위에 오르자 의회는 1689년 왕이 전횡을 일삼지 못하도록 왕권을 제한하고 의무를 규정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게 바로 영국의 권리장전(The Bill of Rights). 1215년 대헌장, 1628년 권리청원에 이어 ‘법의 지배’를 공표한 영국 헌정사의 3대 주요 문서다. 

권리장전은 제임스 2세의 불법행위를 12개 항목으로 열거했다. 의회의 동의 없는 법률의 제정이나 집행, 의회의 승인 없는 과세, 평화 시에 상비군의 징집과 유지, 지나친 보석금이나 벌금 및 형벌 등을 금지했다. 국민의 자유로운 청원권, 의원선거의 자유, 의회에서의 언론 자유의 보장, 의회 소집의 정례화 등도 명시했다. 

권리장전은 법률로 왕권을 제약하고 정치적 논의와 활동의 축이 왕실에서 의회로 옮겨감으로써 의회가 중심이 되는 영국 입헌군주제의 토대가 됐다. 절대주의를 종식 시켰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 권리장전은 미국의 독립선언, 버지니아 권리장전, 매사추세츠 권리선언 등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이들을 통해 다시 프랑스 인권선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금융의 중심을 소비자로 이동시킨 ‘명예혁명’, ‘권리장전’급 대변혁...금융소비자보호법 탄생

근년에 대한민국 금융산업에도 ‘명예혁명’급 변혁이 일어났다. 금융거래의 중심이 금융서비스공급자에서 금융소비자로 옮겨가는 ‘권리장전’과 비견할 만한 획기적인 법률이 탄생했다. 2020년 3월 5일 총 8개 장(章)과 69개 조(條)로 구성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 등장,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례 빈발 등이 법 제정의 배경이 됐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는 진즉부터 있었다. 금융서비스공급자와 금융소비자 간에 능력 차이와 자원 불균형,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했다. 금융소비자가 불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보호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비난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 제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이루어진 시기는 2010년으로 소급한다. 실제로 입법이 이루어져 시행에 이르는데 12년 정도 걸렸다. 최초의 제출안은 2011년 11월 정부안으로 입법 예고됐다. 그 후 20대 국회에서 법 제정을 재추진하고자 금융위원회가 2017년 5월 23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그 외 다수의 의원입법안과 함께 대안으로 2020년 3월 국회에서 제정안이 통과됐다. 

법 시행 전에도 개별 법률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가 있었다. 근거 법률에 따라 규제 내용이 달라 금융소비자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법 제정으로 기존 금융법률에서 일부 상품에만 적용하던 영업행위 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으로 적용대상이 확대됐다. 동일 기능을 가진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동일 규제를 적용토록 해 금융소비자 보호의 범위가 늘었다. 

금융교육협의회 구성, 정부 기관 편중...실제 현장에서 교육을 하는 민간단체의 참여 늘려야

법은 금융소비자의 기본권과 금융소비자·국가·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책무를 명시했다. 금융소비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 금융상품 거래 후 일정 기간 내에 계약을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 금융상품 판매업자와 자문업자가 법상 주요 영업행위 규제를 위반하여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을 규정했다. 

분쟁 조정이 신청된 사건에 대하여 진행 중인 소송을 중지할 수 있는 소송중지제도, 소비자가 신청한 소액 분쟁 조정 건에 대하여 조정 완료 시까지 금융회사의 소송제기를 금지하는 조정이탈금지제도를 마련했다.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자료열람요구권을 신설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의 설명의무 위반 시 손해배상 입증책임을 금융상품 판매업자에게 전환하는 등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추가하고 권리구제절차를 강화했다. 

금융교육도 명문화했다. 금융교육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금융교육협의회가 법정기구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다행이나 유감도 있다. 협의회 구성이 정부와 정부 기관에 편중돼 있다. 8개 정부 부처 외에 금융감독원, 금융협회, 소비자단체, 연구기관 등이 참여한다. 민간 금융교육 기관도 포함돼 있으나 2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실제로 현장에서 금융교육을 담당하는 민간단체 참여를 참여하면 정책의 실효성 제고에 효과가 클 것이다. 

금융교육 전문강사의 역량 강화와 교육 콘텐츠 개발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맞다. 지금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콘텐츠에 대한 ‘콘텐츠 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그것만으론 역부족이다. 금융교육 전문강사 양성을 위한 전문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현재 퇴직금융인협회가 운영하는 금융해설사 제도를 공인하는 등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소비자 보호의 효과 면에서 교육만 한 게 없다. 좋은 여건과 좋은 스승에게서 좋은 교육이 나온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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