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해소 절실한 상황에서 국세청 세무조사로 3세 승계에도 차질 가능성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국세청이 애경산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일가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탈세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애경 2세들의 마약류 흡입으로 이미지가 악화된 애경그룹에 악재로 작용할 거라는 관측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서울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를 찾아 세무조사에 필요한 세무·회계 자료들을 확인했다.
지난 2019년 애경산업에 대해 정기 세무조사를 벌였던 국세청이 3년 만에 특별 조사에 착수한 것은 애경자산관리 등 핵심 계열사의 내부거래 과정에서의 탈세 관련 혐의 등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동안 애경그룹은 지주사 위에 있는 지배회사가 관계사들을 통해 오너 일가 배를 불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애경그룹의 핵심기업인 애경산업은 지주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 특수관계자가 63.13%를 소유한 기업이다.
장영신 회장과 채형석 부회장을 포함한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들이 지분 65.17%를 차지한 AK홀딩스와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애경자산관리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애경자산관리(구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애경개발 등과 더불어 2020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애경자산관리는 수수료 비용과 고정자산 구입, 배당금 명목으로 애경산업으로부터 2018년 39억원, 2019년 54억원, 2020년 53억원, 2021년 39억원 등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애경산업이 애경자산관리에 지급한 배당금 규모는 2018년 28억원, 2019년 27억원, 2020년 21억원, 지난해 9억5000만원에 달했다.
애경자산관리는 지난해 애경산업뿐 아니라 에이케이에스앤디로부터 133억원, 제주항공으로부터 179억원 등 총 425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앞서 2020년과 2019년에도 각각 354억원, 3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부거래 비율이 2019년에는 70%에 달하기도 했다.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및 애경 2세들과 관련된 오너 리스크로 이미지가 실추된 애경그룹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 최악의 사회적 대참사로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 장 회장의 둘째 아들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전화 통화하면서 신분을 속이는 등 애경그룹 오너가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엔 장 회장 셋째 아들인 채승석 애경개발 전 대표가 마약류인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애경그룹의 3세 승계 작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애경그룹은 채형석 AK홀딩스 부회장의 셋째인 장남 채정균씨를 후계자로 세우는 3세 승계 작업을 착실히 추진 중이다.
지난 2020년 9월 채형석 AK홀딩스 부회장이 정균씨에게 AK홀딩스 지분 25만주를 증여한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정균씨가 장내 매수로 AK홀딩스 주식 3만7706주를 취득했다.
이로써 정균씨 지분율은 2.33%로 늘어 애경그룹 3세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