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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15) 시장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절실하다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15) 시장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절실하다
  • 나병문
  • 승인 2022.08.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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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유연화’는 그동안 기업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명제...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노동시장 유연화의 필요성 강조...‘노동시장 유연화’의 요체는 자유로운 이직과 해고...선진국들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우리만 따라가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서 그만큼 불리...지금은 정책당국과 노사가 서로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때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나병문 칼럼]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100일이 훌쩍 지났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 담당자들은 새로운 국가비전 실현을 위하여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여기저기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의 가슴은 조마조마하다. 역대 정권과 비교하여 집권 초기의 지지율이 턱없이 낮은 것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부라면 대중의 인기만을 좇아서 국정 운영을 할 수는 없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면 때로는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강단이 필요하다. 그동안 어느 정부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노동시장 유연화’를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새 정부는 일찌감치 노동시장의 개혁을 외쳤다. 얼마 전,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경제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발언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난다. 그는 임금체계 개편이나 근로시간제도 개선 등에 관해서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경제 현실과 괴리된 노동시장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잠식하는 일”이라며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 체계와 근로시간제 개혁부터

‘노동시장 유연화’는 그동안 기업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명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오래전부터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고용의 경직성 해소가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대통령직 인수위에 제출한 ‘신(新) 정부에 바라는 기업 정책 제안서’에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 노동개혁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노동법제 선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노동시장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생산성 약화를 불러오고, 기업의 공급비용을 높여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또한 노사 간 타협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맡아 실시한 기자회견에서는 합법적인 노동운동은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천명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추구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요체(要諦)는 자유로운 이직과 해고다. 이는 워낙 중차대한 주제라서 역대 어느 정부도 손대는 걸 꺼려왔다. 기업이 근로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는 표현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물며 노동계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같은 이슈다. 선진국들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우리만 따라가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그만큼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 유연화’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라는 의미를 곡해(曲解)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현행 노동법은 해고 사유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기업이나 경제단체의 주장은 이 규정을 다소 완화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 지금보다 유연성 있게 적용하자는 취지이다. 근로자를 아무 때나 마음대로 자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면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 경제단체들의 주장이다. 전경련은 프랑스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실업난이 크게 해소된 배경으로 쉬운 고용과 해고, 공공부문 축소 등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한 친기업적 개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개혁 정책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의 입장에서는 그와 같은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언제라도 종업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말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처음부터 아예 마음을 열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것이다. 오랫동안 노사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쌓인 사(社) 측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털어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머리 맞대고 상생 모색해야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노사 간의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 노사는 단지 적대적 관계일 뿐인가?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대결할 것이고, 대화나 타협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그들은 서로가 원해서 만난 사이다. 개인은 생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성장기회를 찾아 취업을 선택했고, 기업은 조직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한 것이다. 즉, 그들은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상생의 관계다.

그러므로 노동시장 유연화가 아무리 시급해도 일방적으로 거칠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관련 법률을 만들고 시행하기에 전에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상대적 약자인 종업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횡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전하는 뉴스를 지켜보면서, 힘이 없으면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국제관계의 엄혹한 현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때에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싸우는 것은 정치권 하나로도 족하다. 지금은 정책당국과 노사가 서로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해묵은 숙제였던 ‘노동시장 유연화’를 이번엔 반드시 이루어내기를 기대한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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