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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라면값 또 올린다고?...농심, '엄살'이 너무 심하다
1년 만에 라면값 또 올린다고?...농심, '엄살'이 너무 심하다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08.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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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재값, 영업적자가 인상이유지만 상반기 순익은 더 늘어
오뚜기, 삼양식품 등 경쟁업체들 실적은 올들어 작년보다 더 호전.
수출 적고, 일감몰아주기 심한 농심의 고비용구조가 더 문제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국내 라면업계 1위 업체 농심은 오는 915일부터 라면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스낵은 5.7% 각각 인상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농심은 작년 8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6.8%, 지난 3월에는 새우깡 등 스낵 출고가를 평균 6%씩 각각 올린 바 있다. 라면은 1년여 만, 스낵은 6개월 만에 다시 출고가를 대폭 올리는 것이다.

특정업체가 이렇게 단기간에 국민간식이라는 라면과 스낵 가격을 마구 올리는 일은 과거 어느 때에도 없었던 일이다. 농심의 이런 움직임에 오뚜기와 삼양식품 등 경쟁사들의 동조 인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심 측은 이유로, "그동안 라면과 스낵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 인상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2분기에 국내 영업적자를 기록할 만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언론에 설명했다고 한다.

1년에 두 번이나 라면값을 대폭 올려야할 정도로 농심의 사정이 정말로 심각하고 급박한 것일까?

▲농심이 공시한 주요 원자재 가격추이
▲농심이 공시한 주요 원자재 가격추이

코로나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 공급망 이상과 달러강세,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는 바람에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라면과 스낵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재료 수입가격이 모두 비슷하게 폭등했는데도 라면 2위 업체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올 상반기 경영실적이 작년보다 훨씬 더 좋아진 것 부터가 우선 따져볼 문제다.

라면을 포함한 오뚜기의 올 상반기 면제품류 연결기준 매출은 3,90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 늘어났고, 반기순이익도 125억원에서 208억원으로, 66%나 늘어났다. 삼양식품의 올 상반기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59%나 늘어났다. 작년 전체 영업이익이 653억원이었는데, 올 상반기 영업이익만 벌써 518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 매출중 면과 스낵류의 비중은 98%에 달하고, 그중에서도 라면 매출이 압도적이다.

농심도 지난 2분기에 14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지만 올 상반기 전체로 따지면 전년동기보다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더 커졌다. 농심의 연결기준 올 상반기 매출은 14924억원, 영업이익은 385억원, 당기순이익은 609억원이었고, 작년 상반기는 각각 12823억원, 455억원, 473억원이었다. 농심도 매출중 라면 비중이 70%를 차지한다.

농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해외 종속기업 실적을 제외한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 183억원에서 올 상반기 232억원으로, 더 늘었다. 2분기 별도 영업이익만 일시적 적자였을뿐 상반기 전체로 따지면 흑자폭이 오히려 더 커진 것이다. 일시적 영업적자를 두고 농심측이 얼마나 문제를 침소봉대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심과 삼양식품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

 

22년 상반기

21년 상반기

농심

2.57

3.54

삼양식품

11.3

9.9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제품생산에 직접 필요한 각종 비용을 제외한 것이 영업이익이다. 매출대비 영업이익을 의미하는 영업이익률(연결기준)을 비교해보면 삼양식품은 작년 상반기 9.9%에서 올 상반기 11.3%, 크게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3.54%에서 2.57%로 오히려 떨어졌다.

영업이익률 자체에 큰 격차가 난다. 거기에다 삼양식품은 원재료비가 더 폭등한 올 상반기에 영업이익률이 오히려 더 올랐고, 농심은 더 떨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비슷한 라면 제품인데, 삼양식품 라면에 비해 농심의 이익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적고 영업이익률도 자꾸 떨어지는 것은 농심 특유의 고 비용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반기보고서는 원재료비 폭등에도 올해 실적이 크게 좋아진 이유에 대해 작년 판매가격 인상효과와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해외 매출 확대에 따른 영향이라고 자체 진단했다. 작년 가을 농심을 따라 라면값을 1차 올린것과 해외 매출 확대 및 달러환율 상승의 혜택을 동시에 입었다는 것이다.

1차 라면값 인상 혜택은 농심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농심의 올 상반기 매출중 수출비중은 7%에 불과했다. 반면 삼양식품의 수출비중은 무려 70%에 달한다. 작년 상반기 59.6%에 비해 1년 사이에 10% 포인트 이상 수출비중이 더 늘어났다. 수출은 전부 달러로 대금을 받을터이니 환율상승효과를 톡톡히 보았을 것이다.

 

매출중 수출 비중 추이(%)

 

22년 상반기

21

20

농심

7

6.8

5.3

삼양식품

70

61.6

58.6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농심도 라면 해외진출을 적극추진한다면서 미국, 중국 등에 현지 라면공장을 많이 짓긴 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해외공장들의 평균 가동율은 45%에 불과했다. 국내 내수 1위에 안존하다 달러 초강세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은 셈이다.

농심 고비용 구조의 또다른 큰 원인은 주력사 농심이 다른 계열사들을 골고루 먹여살리는 농심 특유의 계열사 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농심은 지난 57년동안 라면과 스낵 한우물만 파고들어 국내에선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운 식품왕국을 구축했다. 그러나 농심 한 회사에 대한 농심그룹의 과다한 의존구조가 오랫동안 문제였다. 라면제품 포장지를 농심에 공급하기위해 1973년 계열사 율촌화학을 만든 것을 시초로 라면과 스낵류 판매를 위해 1975년 메가마트를 만들었다. 라면 스프 등을 공급하기위해 1979년에는 태경농산을 만들었다.

율촌화학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모두 2731억원이었다. 이중 농심으로부터 올린 매출은 105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8.5%에 달한다. 비상장사인 태경농산의 작년 농심 매출의존도도 51%에 달했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식품제조설비 전문업체로, 작년 매출이 1724억원인데, 이중 10%가 넘는 188억원을 농심이 올려주었다. 태경농산 농심홀딩스미국 등 국내외 다른 계열사들이 올려준 매출까지 모두 합하면 계열사 매출의존도는 32%에 달했다.

이런 계열사 혹은 오너 사기업들이 농심그룹에는 수두룩하다. 엔디에스, 전일운수, 호텔농심, 농심미분, 캐처스, 반도통운, 대주실업 등이다. 농심은 올 상반기 국내외 계열사들로부터의 각종 매입액이 모두 2269억원이었다고 반기보고서에서 밝혔다. 제품이나 상품 매입말고 용역 등 기타 매입도 594억원이나 있다.

제품과 용역을 다 합치면 농심 혼자서만 올 상반기에 전 계열사들의 매출을 2863억원이나 올려 주었다는 얘기다. 반면 계열사들이 올려준 올상반기 농심매출은 209억원에 불과했다. 농심 지원을 많이 받는 계열사들은 오너일가 지분이 집중된 지주사 농심홀딩스나 오너일가의 개인가족회사들이다. 농심 지원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면 오너 일가에 대한 배당이나 보수를 늘려줄수 있다. 공정위가 자주 적발하는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구조다.

농심측은 제품기밀을 지키고 생산의 효율화를 위해 이런 수직계열화가 꼭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일반 공급기업들과 다른 특혜도 없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누가봐도 기밀보안이 꼭 필요한 제품들도 아닌데, 계열사나 가족 친지 기업들에 맡겨 일반기업의 기회를 봉쇄하고 자기들 배만 불린다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부당 일감몰아주기이고, 불공정이라 아니할수 없다.

▲22년 상반기 농심과 계열사들간의 거래내역
▲22년 상반기 농심과 계열사들간의 거래내역

 

제품 원부자재 공급처를 계열기업이나 오너 사기업에 독점시키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시킨다면 비용을 더 낮출수 있을 것이다. 농심이 이런 노력을 얼마나 해봤는지도 궁금하다.

그룹 규모에 비해 오너 일가들에 대한 과다한 배당이나 연봉도 문제다.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 엔디에스, 농심캐피탈, 이스턴웰스 등에서 공시된 배당지급 규모만 올해초 그룹 최대주주인 신동원 회장 41.71억원,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부회장 43.68억원, 3남 신동익 부회장 12.1억원 등이다. 공시 안된 비상장사 배당을 합치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다.

계열사들에서 작년 한해 동안 받은 보수도 공시된것만 신동원 회장 23.09억원, 신동윤 부회장 10.27억원이다. 작년 3월 사망한 농심 창업자 고() 신춘호 회장이 작년에 퇴직금 등의 명분으로 받은 각종 보수도 모두 합하면 공시된것만 214.2억원에 달했다.

신동원 회장만 해도 지주사 농심홀딩스 회장과 주력사 농심 대표 회장, 태경농산 대표 상근회장에다 농심엔지니어링 및 농심기획 등기이사, 미국 중국 등 해외 7개 법인 대표 또는 사장직도 맡고 있다. 굳이 이렇게 회장, 대표, 사장직을 직접 많이 맡고있는 것은 보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런 보수까지 합하면 오너일가의 실질보수액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농심 오너일가가 작년 농심과 농심이 적극 밀어주는 나머지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배당도 다 합치면 100억원이 훨씬 넘는다. 라면 스택류 팔아 박하기 짝이 없는 농심의 이익규모에 비하면 결코 적지않은 액수들이다.

제조공장에서 들어가는 원가인 매출원가는 국제 원자재동향이나 공급망 애로 등 때문에 어쩔수 없다해도 본사 차원의 각종 경비인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는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관리-조절이 가능하다. 작년부터 국제원자재가 폭등하는 조짐을 보였다면 웬만한 기업이라면 그때부터 즉각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농심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판관비는 379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3479억원보다 9%나 더 늘어났다. 같은 기간 별도기준 판관비도 2386억원에서 2597억원으로, 8.8%나 늘었다. 특히 판관비중 광고선전비는 596억원에서 668억원으로, 12%나 늘었다. 과연 농심이 경비절감노력 등을 제대로 하고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매년 꾸준히 이익을 내왔기 때문에 쌓아둔 농심의 이익잉여금도 지난 6월말 현재 연결기준 2106억원, 별도기준 19671억원에 각각 달한다. 부채비율도 32%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초우량기업이다. 기껏 2분기의 일시적 영업적자를 핑계로 1년여 사이에 두 번이나 라면값을 대폭 올리는게 너무 심해 보인다는 얘기다.

국제 밀가루값은 최근 다시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달러강세도 늦어도 내년쯤이면 변곡점을 탈 전망이다. 국제 공급망 애로도 점차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면 농심이 다시 라면값을 내릴까?

라면이나 스낵은 낮은 가격 등 때문에 서민층이나 어린이, 청소년들이 특히 애용하는 국민식품 내지 국민 간식이다. 그동안 벌어둔 이익규모 등으로 볼 때 충분히 좀더 참아줄수도 있는데도 혼란한 틈을 타 가격을 마구 올려대는 이런 기업 행태에 속수무책인 정부당국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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