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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요구권 확 바꾸라...금융사 스스로 금리 내리게 해야
금리인하요구권 확 바꾸라...금융사 스스로 금리 내리게 해야
  • 권의종
  • 승인 2022.09.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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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할 권리’에서 ‘이행할 의무’로 법 개정해야...차주가 금리인하 요청하기 보다 금융사가 차주 신용을 체크, 시행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리가 치솟는다. 빚진 자의 시름이 깊어진다. 이자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룬다.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먹고 살기 바빠 누군지도 몰랐고 알 필요도 없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나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에 가슴이 덜컹한다.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대출 갈아타기’나 신용상태에 따라 금리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에 자연 관심이 쏠린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신용상태에 현저한 변동이 있는 경우 사용 중인 대출에 대해 금리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무리한 금리적용에 대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는 소비자의 소득과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다. 신용평가결과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한다. 소득이 상승했거나 신용점수가 상향됐거나 부채가 감소하는 등으로 신용상태에 변동이 생길 때 적용받을 수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초기에는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했다. 2018년 12월 은행법이 개정되며 법제화됐다. 금융사는 금리 인하 요구 제도를 소비자에게 안내하고 신청을 받으면 그 결과와 사유를 영업일 기준 10일 이내에 알리게끔 돼 있다. 은행권 뿐만 아니라 보험사, 카드사 등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조건은 금융사마다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소득, 재산 증가', ‘신용점수 상향’ 등으로 신용상태가 현저히 개선된 경우 신청할 수 있다. 금리 인하 요구는 연 2회까지만 가능하다. 같은 사유로는 6개월 이내는 신청이 안 된다. 신규대출이나 기간 연장, 재약정을 받고 3개월이 지나기 전에도 금리 인하를 요구하지 못한다. 

금리인하요구권, 명분·취지 좋으나 실행 어려워...4건 중 1건만 금리 인하신청 받아들여져

명분과 취지야 더없이 좋다. 실행이 어려울 뿐이다. 금융사마다 요구하는 조건이 상이할 뿐더러 소비자는 자기신용이 어느 정도가 좋아져야 금리 인하가 가능한지 알기 힘든 단점이 있다. 일단 요구해놓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요행히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좋고 아니면 말고다. 쿨하게 넘어가야 한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받아들여질 확률 또한 높지 않은 이유다. 

실제가 다르지 않다. 2022년 상반기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높지 않은 거로 나타났다. 24.86%에 불과했다. 4건 중 1건만 금리 인하신청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리 인하 요구 신청 건수는 약 88만9,000건으로 이 중 수용 건수는 22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이자감면 총액은 728억2,900만 원이었다. 

금융사 별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운용한 성적이 처음으로 공시되고 순위가 매겨지자 금융사들에서 난리가 났다. “은행마다 신용평점을 금리에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 “애초부터 금리를 낮게 책정해 낮출 여지가 적다.” “비대면 시스템 마련으로 신청 건수가 많아 수용률이 낮다.” “은행권은 제2금융권에 비해 금리가 낮아 인하 폭이 작다.” “홍보를 늘릴수록 신용개선 없이 신청하는 고객도 늘어 수용률이 낮아지는 구조다.” 등의 반응이었다. 

어찌 됐든 금융사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도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바꿔야 맞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 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 될 수 있다. 이자를 내려 줄 금융사는 별생각도 않는 데 소비자는 다 된 것처럼 여기고 미리부터 기대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금리 인하가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요구부터 해 보라는 자체가 명백한 소비자 경시(輕視)다. 

현행 금리인하요구권, 금융사와 소비자 모두에 불만족...발상의 전환 통해 개선책 찾아야

정 그러려면 대출을 실행하면서 금융사가 금리 인하 요건을 자세히 알리든지, 아니면 이를 확인할 시뮬레이션 모형이라도 만들었어야 했다. 그나저나 이제는 그마저도 필요 없게 됐다. 금리 인하를 주도하는 주체를 바꾸는 게 나을 수 있다. 소비자가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현행 방식을 고집할 게 아니다. 반대로 소비자의 요구가 없더라도 금융사 스스로 금리를 내리게 하는 게 유효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절차는 되레 간단해진다. 금융사가 대출할 때 개인신용정보수집에 관한 동의를 받고 소비자의 신용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그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게 하면 된다.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때도 금융사가 사유를 상세히 설명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내용을 은행법 등 관련 법에 규정하면 된다.

금융사의 목표이익률 등 가산금리의 투명한 공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소비자는 가산금리의 주요 구성요소인 리스크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등을 알지 못하다 보니 가산금리 산정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 모든 일에 금융사는 반대할 것이다. 고객의 신용상태를 일일이 점검하는 게 번거로울뿐더러 인하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대출의 금리를 내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이자수익 감소는 물론 영업기밀까지 내놔야 할 수 있다.

부작용도 염려된다. 금융사를 지나치게 규제하면 그 영향이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사가 금리 인하를 요구해 올 것을 고려해 금리를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 대출할 때 금리를 높게 매기고 대출하고 나서 깎아주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 그러기에 더더욱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대출금리 인하의 문제는 차주의 ‘요구할 권리’이 아닌 금융사의 ‘이행할 의무’로 접근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난제는 있어도 난치는 없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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