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18) '빈사상태' 공적 연금, 수술 없이 회생 없다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18) '빈사상태' 공적 연금, 수술 없이 회생 없다
  • 권의종
  • 승인 2022.09.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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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높던 공무원 경쟁률 시들...하위직 공무원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 근무환경마저 열악한 데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임박한 것과 무관치 않은 듯

연금개혁은 시대적 소명... 심층적 연구, 구체적 데이터 등으로 설득, 국민적 공감대 이뤄내야...당장은 욕을 먹고 비난을 받더라도 주저해선 안 돼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권의종 칼럼] 그 높던 공무원 경쟁률이 시들해졌다. 2021년 93.3대 1에 달했던 9급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이 2022년 29.2대 1로 급감했다. 서울 노량진역 인근 학원가가 썰렁하다. 수강생이 줄면서 서점과 식당도 한산하다.

‘철밥통’으로 불리며 한때 최고의 직장으로 군림했던 거에 비하면 실로 격세지감이다. 하위직 공무원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고 근무환경마저 열악한 데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임박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연금 재정이 빈사(瀕死) 상태에 빠졌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4대 공적연금 중 공무원연금이 2022년 3조730억 원 적자를 냈다. 2023년에도 4조6,926억 원 적자가 난다. 군인연금 적자는 이 기간 2조9,076억 원에서 3조789억 원으로 불어난다. 사학연금은 정부 지원이 없으면 2025년부터, 국민연금은 이르면 2041년부터 적자 전환을 피할 수 없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가 생기기 시작해 2002년 기금이 고갈됐다. 그동안 몇 차례 개혁에도 적자 폭은 되레 커지고 있다. 군인연금은 공무원연금보다 빠른 1973년 바닥을 보였다. 군인은 나이·계급 정년제로 45~56세에 전역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부터 퇴역연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적립금 소진이 빠르다. 2023년 군인연금에 대한 정부 지원은 3조1,017억 원으로 적자 3조789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을 뺀 공적연금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2년 5조6,013억 원에서 2023년 7조5,507억 원으로 2조 원 가까이 늘어난다. 2026년에는 12조4,820억 원까지 불어난다. 공적연금에 투입하는 국가재정도 2022년 9조8,513억 원에서 2026년 12조314억 원으로 급증한다.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 투입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세금 잡아먹는 하마’, 재정 블랙홀‘ 등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바닥 보이는 공적연금...적자 보전을 위한 국가재정 투입 올해 10조원, ‘세금 잡아먹는 하마’

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의 사정도 도긴개긴이다. 현재까지는 흑자이나 전망이 밝지 않다. 사학연금은 2022년 경우는 3조7,796억 원의 기여금 수입으로 3조4,077억 원의 급여를 지급한다. 2023년부턴 상황이 달라진다. 연금 기여금보다 급여 지출이 많아진다. 4조1,083억 원을 지출해야 하나 기여금은 3조9,690억 원만 걷힐 거로 예상된다. 2025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국민연금도 아직은 흑자를 기록 중이다. 2021년 말 기준 948조 원 규모의 적립금이 쌓여 있다. 그래봤자 잠시잠깐이다. 앞으로는 흑자 규모가 시나브로 축소될 거라는 추정이다. 2023년 44조1,350억 원에서 2024년 43조6,040억 원, 2025년 42조3,464억 원 등으로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전망에서 2042년부터 적자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기재부 또한 2041년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적연금 적자 보전용 재정투입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연금 재정이 막대한 혈세를 삼키고 있다. 기획재정부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년 4대 공적연금에 들어가는 정부 재정이 9조8,513억 원으로 전년보다 11.6% 늘어난다. 공무원연금이 5조6,491억 원으로 15.2%, 군인연금이 3조1,017억 원으로 5.8% 증가한다. 사학연금은 1조899억 원, 국민연금은 105억 원 불어난다. 

원인이야 다 아는 사실. 공적연금 지출이 급증한 것은 연금수급자격이 생긴 사람이 늘어난 데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지급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늘어나는 지출을 충당할 만큼 연금 수입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저출산 고착화로 연금을 내야 하는 인구가 증가하지 않아서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잘못된 연금구조 설계, 전문성 부족에 따른 투자 수익률 저하 등도 연금고갈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장 욕먹고 비난받더라도...연금개혁 이거 하나만 잘해도 후대에 ‘성공한 정부’라는 말 들어

연금개혁은 진즉 해야 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적어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전에는 매듭을 지었어야 옳았다. 다 지난 얘기이긴 하나, 우물쭈물 미적미적한 지난 정부들이 원망스럽고 괘씸하다. 갖은 구실과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며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인제 와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고 말았다. 

연금개혁은 필연이다. 시대적 소명이다. 그러니 제대로 해야 맞다.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모수 개혁이란 현행 구조 아래서 연금 재정 안정이나 노후 빈곤 완화를 위해 부담-급여 관련 모수(parameter)를 변경하는 일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통해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 연금수령 시점 연장 등을 추진하는 내용 등이다. 

구조 개혁은 연금제도의 구조를 개편하는 일이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의 부담-급여 구조를 변경하고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통합까지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기초연금의 최저보장소득 전환, 국민연금의 부담-급여 구조의 개편, 퇴직연금의 가입률과 연금화 제고를 위한 제도 개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별정우체국연금 등 4대 직역연금 통합 등을 말한다. 

시간이 없다. 좌고우면했다간 연금제도가 이내 붕괴하고 말 것이다.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게 분명하다. 연금개혁이 지금 당장 왜 필요한지를 심층적 연구결과, 구체적 데이터, 상세한 설문 조사결과 등으로 국민에게 홍보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내고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당장은 욕을 먹고 비난을 받더라도 주저해선 안 된다. 연금개혁 이거 하나만 잘해도 훗날 ‘성공한 정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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