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주식 담보대출금으로 새 주식 사…"빚 갚았다면 증여세 중복부과 못해"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이 회사 임직원 명의로 차명 주식을 보유했다며 세무당국이 부과한 약 900억 원 세금이 350억 원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5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조 전 회장이 전국 48개 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과세당국의 '부당 무신고' 가산세 약 32억원을 포함해 380억여원의 세금을 인정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증여세 부당 무신고와 관련해 명의신탁자(조 전 회장)에게 연대 납세의무를 지우기 위해서는 당초 증여서 납세의무자인 명의수탁자(효성 임직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원심이 조 전 회장 행위만으로 가산세를 적용한 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2013년 세무조사를 통해 조 전 회장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효성그룹 등의 주식을 보유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세금을 부과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토지나 건물이 아닌 기타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실제 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를 '증여의제 규정'이라고 한다.
세무당국은 이 규정을 고려해 명의자들에게 증여세와 가산세 644억여원을 물리면서 조 전 회장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했다. 또 조 전 회장이 차명주식을 보유하면서 받은 배당소득에는 종합소득세 29억여원을, 차명주식 양도로 얻은 양도차익엔 양도소득세 223억여원을 부과했다.
앞서 과세당국은 조 전 회장이 효성 임직원들 명의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면서 세금을 포탈했다며 연대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세금 900억여원을 부과했다. 이에 조 전 회장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조 전 회장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900억여원 중 약 850억원만 인정했다. 2심은 이보다 적은 약 380억원만 인정했다.
세무당국은 명의신탁된 주식(구 주식)뿐만 아니라 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로 취득한 주식(신 주식)에도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1심은 증여의제 규정이 이렇게 반복 적용돼도 된다고 봤으나, 2심은 조 전 회장이 신 주식의 주주명부에 임직원 명의를 써넣기 전에 이 임직원 명의였던 구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갚았기 때문에 신 주식에 증여세를 다시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미 구 주식의 차명보유 문제로 증여세를 매겼으니, 신 주식에 증여의제 규정을 반복 적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2심은 명의신탁을 한 조 전 회장이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했으므로 무신고가산세(약 32억원)는 부과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심이 계산한 조 전 회장의 증여세·가산세는 1심의 약 640억원보다 줄어든 167억원가량이 됐다.
종합소득세(약 25억원)와 양도소득세(약 191억원) 부과가 정당하다는 판단은 1·2심이 같았다.세무당국이 처음에 부과했던 약 900억원의 전체세금이 1심에서는 850억여원으로, 2심에서는 380억여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에서 명의신탁 대상이 된 임직원 등의 부정행위 여부를 심리해 가산세를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