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넘 주빌리'...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서 배울 점
'플래티넘 주빌리'...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서 배울 점
  • 백승희
  • 승인 2022.09.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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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늘 솔선수범하여 추락하는 민심을 되찾아...우리나라도 국가 원수가 떠날 때에 전국적인 슬픔에 빠지는 시대 와야

[백승희 칼럼] 영국의 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여왕은 96세의 나이로 서거하여 70년 간 왕위를 지켰다. 여왕이 떠난지는 벌써 열흘이 지났지만 영국 국민들의 조문행렬은 아직도 이어지며 슬픔과 애도가 국가 전체로 흐르고 있다. 영국은 영국의 전통을 상징하는 큰 어른이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은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으로 진행된다. 런던 교통 당국이 여왕의 장례일에 약 100만 명이 모일 수 있다고 예측함에 따라 영국 정부에서는 사고와 테러 등을 방지하기 위해 1만 명의 경찰을 런던 시내에 배치하기로 하였다.

작년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이 떠났을 때와는 대조적

일반적으로 한 시대의 명망있는 리더가 떠나면 그 이후엔 자연스럽게 업적에 대한 평가가 이어진다. 오랜시간 영국인들에게 영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던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떠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그의 업적에 대한 스토리가 주요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위한 리더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여왕이 즉위하였던 1952년은 이승만 대통령이 재임했던 시기로 현재 윤석열 대통령까지 우리나라의 대통령 13명을 차례로 만나고 떠난 격이 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왕이 재임하는 동안 영국 총리도 14번이나 바뀌었다.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여왕의 행동이나 태도, 사생활 등에서 잡음이 들릴만도 한데 놀랍게도 여왕에 대한 스캔들은 들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작년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도 작년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격동의 시대인 1980년대에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앉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약 한 달 차이로 별세하였다.

두 대통령의 별세 소식이 들리자 비자금 조성사건, 12.12 군사반란, 5.18 민주화 운동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비극적이고 어둡게 만들었던 사건들이 다시 재조명되며 싸늘한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 마저도 검토해야 할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일반 국민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인식 본받아야

영국은 헌법에 의해 군주의 권력이 제한되어 정치 권한은 없는 입헌군주제를 따른다. 따라서 국왕이더라도 정치에 관여할 수는 없다. 국가수반은 국왕이지만 행정수반은 총리에게 위임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국왕은 의회가 입법한 법안을 재가하거나 거부할 수 있으며, 재임기간 동안은 살인을 포함한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사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 외에도 군대 지휘권/해산권, 군수품 판매권, 의회 해산 권한, 템즈강 백조 소유권 등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절대군주(absolute monarchy)의 권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특권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이를 남용하는 일이 없었다. 영국 특성상 군주는 권위를 나타내고 여왕만이 가질 수 있는 자격이 분명히 있었지만 여왕이 그 권한을 개인적인 일에 사용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오히려 여왕은 1939년 2차 세계대전 당시 19세의 공주 신분에도 영국군 여군 부대인 ATS(Auxillary Territorial Service)에 입대해 특혜 없이 훈련을 받고 차량 정비 업무와 운전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1993년에는 왕실 운영비용이 막대하게 든다는 논란이 이어지자 자진해서 소득세를 납부하였다. 당시 왕실은 찰스 왕세자에 대한 추문과 윈저성 복구로 인해 한화 기준으로 500억 이상의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등 국민적으로 반감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본래 왕실은 영국왕의 이름으로 모든 세금을 걷는다는 규정으로 인해 납세의 의무가 없었으나 엘리자베스 2세는 국민적 반감을 감지하고 면세특권을 포기함과 동시에 왕실의 일부를 개방하여 국민들과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더 나아가 왕실 개방을 통해 전 세계 관광객을 유치하고 미디어 산업, 각종 로열티로 영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왕실이 국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2011년에는 과거 식민지로 지배하며 많은 고난을 주었던 아일랜드를 방문해 희생당한 이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전 세계에 영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 기여하였고, 이것이 영국인들이 엘리자베스 2세를 정신적 지주로 여기는 이유이다. 

국가의 원수가 떠날 때 전 국민이 슬퍼하는 나라가 되어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재위하면서 마주했던 일부 현실은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혜, 경제 성장, 국정 지지율의 측면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처법은 귀감이 된다. 우리나라 리더들이 모범적인 세금 납부,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정한 투자, 특혜 없는 공정한 자녀교육 등을 보여준다면 지지율은 당연히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임기는 여왕이 즉위했던 70년에 비해서는 한없이 짧은 5년 단임제이지만 그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은 많다. 효과적인 교육제도 수립, 기술안보를 통한 산업 성장, 부동산 안정 정책 등 정권이 바뀌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쌓여있다. 

5년의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나’를 버리고 ‘국민’, ‘조직’ 그리고 ‘대한민국’을 먼저 생각한다면 서거뿐만이 아니라 임기가 끝나 정권이 바뀔 때에도 전 국민이 아쉬움과 슬픔을 느낄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70주년이 되었을 때 영국은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 한 나라의 군주가 재위 70주년을 맞이했을 때를 일컫는 말)로 축제 분위기였지만 여왕이 떠난 현재는 모두가 비통에 빠져있다. 

부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필자 소개

백승희(q100sh@gmail.com)

예명대학원대학교 리더십전공 전임교수(기술경영학 박사)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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