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흥행' 참패...신종자본증권, 6.5% 고금리에도 미매각
한화손보 '흥행' 참패...신종자본증권, 6.5% 고금리에도 미매각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09.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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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억 수요예측에 단 10억, 1건만 주문. 나머지 모두 미매각
같은 날 4천억 가까운 투자자금 몰린 우리은행과 큰 대조 보여
안정적 발행 성공한 다른 보험사들과도 대조. 향후 자금조달 큰 문제
한화손보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국내외 금리인상과 경제상황 악화 등에 대비해 국내 은행과 보험회사들이 올들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인 신종자본증권은 발행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특히 안정적인 금융기관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기관투자자나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도 이 대열에 합류, 희망 최고금리가 무려 6.5%에 달하는 8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하고, 최근 수요예측(기관투자자 대상 사전청약)을 실시했다. 하지만 대규모 미매각사태가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한화손보의 신종자본증권 증권신고서
▲한화손보의 신종자본증권 증권신고서

최고 상단금리가 6.5%에 달하는데도 10억 원, 단 1건의 주문이 들어오며 경쟁률은 0.01대 1에 그쳤다. 미매각규모는 총물량의 98%인 840억 원에 달했다. 한화손보에 앞서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실시한 제주은행의 경쟁률 0.22대1보다도 경쟁률이 낮았다.

한화손보와 같은 날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실시한 우리은행에 무려 3920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린 것과도 너무 큰 대조를 보였다. 우리은행은 모집물량 2700억원 대비 1.45배의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수요가 몰리자 우리은행은 최종 발행액을 3500억원까지 증액했다. 우리은행의 최종 발행금리는 한화손보보다 훨씬 낮은 각각 연 5.20% 및 5.45%였는데도 이렇게 수요가 몰린 것이다.

대규모 미매각 사태에도 한화손보는 계획대로 자본을 확충하기는 했다. 총액인수계약에 따라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미매각 영구채 모두를 인수해 주었기 때문이다. 두 증권사는 미매각물량을 자신들이 떠안든지, 아니면 일반투자자들에게 매각해 소화해야 한다.

문제는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채권시장에서 파격적인 고금리를 제시했는데도 이렇게 자금조달에 사실상 실패한 점이다. 결과적으로 한화손보의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 이번에 한화손보가 제시한 신종자본증권 공모 희망금리 밴드는 5.80~6.50%였다. 올해 국내에서 발행된 신종자본증권들중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였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아무래도 은행들에 비해 신용도가 떨어진다지만 흥국화재,흥국생명, 농협생명, 푸본현대생명, 메리츠화재 등 다른 보험사들은 올해 비교적 무난하게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며 "한화손보는 또 한화그룹 계열이어서 역시 무난하게 끝날줄 알았는데, 수요예측 결과가 이정도 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진=한화손해보험>

다른 전문가는 "아무리 금리를 높여도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은 이제 외면당하는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화손보가 이번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목적은 지급여력(RBC)비율 개선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으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RBC비율 개선에 효과가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발행금리는 높은 편이다.  

RBC 비율이란 보험사가 계약자의 보험금 요청 시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보험사의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 금융감독원은 RBC비율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00% 이하로 떨어지면 당국의 중점관리에 들어가고 적기 시정조치를 당할수 있다. 

한화손보는 RBC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 3월과 5월에도 각각 2500억원의 공모 후순위채와 1500억원의 사모 형태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발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한화손보의 RBC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35.9%로, 위태위태한 수준이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손보사 평균 198%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번 85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이 비율은 141.6%까지 개선된다. 

한화손보는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거의 동시에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3800만주의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이 우선주를 1900억원에 전량인수하는 곳은, 한화손보의 최대주주인 한화생명으로, 발행대금이 납입되면 한화손보의 RBC비율은 다시 154.4%까지 더 늘어난다고 한다. 

▲22년 상반기 한화손보의 지급여력비율
▲22년 상반기 한화손보의 지급여력비율

겨우 당국의 권고수준을 맞추는 것이다. 이 자금조달을 위해 한화손보는 매년 7%에 달하는 고배당을 한화생명에 약속했다. 일반투자를 받기 어렵게 되자 최대주주(지분율 51%)인 한화생명에 또 손을 벌린 것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5월에도 한화손보 신종자본증권 1150억원을 인수해준 적이 있다.

금리 상승기조와 매도가능증권 평가절하 등으로 RBC비율이 앞으로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거의 유일한 물주이자 후원자인 한화생명도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점이 향후 문제점을 꼽힌다.

한화생명 RBC비율도 지난 6월말 기준 167.6%로, 당국 권고치를 겨우 웃돌고 있다. 한화생명은 RBC 비율개선 등을 위해 지난 1일 이사회에서 7억5000만 달러(약 1조88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자기 코가 석자'인 셈이다. 

한화손보는 자체적으로 추가 자본확충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력한 추가방안은 사옥매각이다. 서울 여의도 사옥의 토지 및 건물 장부가액만 376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금융지주와 은행 및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6조4000억원 이상으로, 이미 역대급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증시 침체 속에서 비교적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금융회사 신종자본증권을 찾는 수요도 기관투자자, 일반투자자 할것없이 늘고 있다. 은행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금리도 이미 모두 5%선을 넘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자본증권은 당장은 은행과 보험사들의 자본을 확충시켜주겠지만 긴 만기에 지나친 고금리일 경우 미래에는 금융회사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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