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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45년 만의 쌀값 대폭락...정부는 정녕 농업과 쌀, 삶을 알고 있나
아! 45년 만의 쌀값 대폭락...정부는 정녕 농업과 쌀, 삶을 알고 있나
  • 권의종
  • 승인 2022.09.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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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위기 타개할 궁극적 해법은 농업경쟁력 강화... ‘규모의 경제’ 이루고, 스마트팜으로 경쟁국 농업 앞질러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 가을이 왔건만 가을 같지 않다. 벼 수확을 앞둔 농가의 시름이 깊어진다. 쌀값 때문이다. 물가는 고공행진이나 쌀값은 급전직하다. 산지 쌀값이 1년 전보다 24.8% 떨어졌다.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외침이 전국으로 퍼진다. 농기계 시위, 삭발 항의, 논 갈아엎기 등이 벌어지며 정부에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촉구한다. 

정부라고 손 놓고 있었겠는가. 쌀값 하락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다했다. 세금으로 남는 쌀을 대신 사들여왔다. 올해도 쌀 37만t을 매입하는데 7,900억 원이 들었다. 이를 2년간 보관하는 데 8,489억 원이 소요된다. 올해도 쌀 45만t을 사들이기로 했다. 쌀소비 촉진 캠페인도 벌였다. 그런데도 쌀 소비는 줄고 있다. 서구식 식습관과 육류 소비 증가, 가구 구성원 변화 등 때문이다. 2021년 1인당 쌀 소비량이 56.9㎏, 하루 밥 한 공기 정도다. 

쌀값 폭락의 주된 원인으로 생산 과잉이 꼽힌다. 벼 재배 면적이 줄지 않고 있다. 올해 72만7158㏊로 전년보다 0.7%, 5,319㏊ 감소하는 데 그쳤다. 벼 생산량은 2018년 386만8,045t, 2019년 374만4,450t, 2020년 350만6,578t, 2021년 388만1,601t이다. 2020년은 태풍으로 작황이 부진했으나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니 쌀 재고가 넘쳐날 수밖에. 올해 8월 기준 농협의 쌀 재고가 31만3,000t으로 지난해보다 15만9,000t, 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쌀 작황이 좋다. 농협은 올해 쌀 생산량을 379만~385만t으로 내다본다. 이에 비해 햅쌀 수요는 346만t 내외에 그칠 거로 추산한다. 올 10월 말 기준 묵은쌀 재고는 15만~18만t, 햅쌀은 33만~39만t으로 총 50만t 이상의 공급초과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재고 쌀이 넘쳐나는 판에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반(反)시장적 엇박자 정책...쌀 남아돌고 값 폭락하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벼농사 장려 

정책은 엇박자다. 반(反)시장적이다. 쌀이 남아돌고 값이 폭락하는데도 여전히 벼농사를 장려한다. 보조금을 줘가며 쌀 생산을 독려하고 비싼 값에 사주고 있다. 모내기 때는 종자 비용, 기르는 동안에는 비료 가격을 지원하고, 추수하고 나서는 공공비축미를 매입해 준다. 경지 ㏊당 100만~205만 원의 공익형 직불금과 면세유 혜택도 제공한다.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은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에 불과하다. 1970년 80.5%에 달했던 게 50년 동안 4분의 1 토막 났다. 사료를 제외한 식량자급률도 45.8%에 그친다. 곡물의 절반 이상을 수입해서 먹고 사는 꼴이다. 남는 쌀 또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연간 40만t의 의무 수입 물량을 들어와야 한다.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는다. 전 세계적인 가뭄과 폭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입 먹거리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다. 올해 2분기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11.6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6%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농림축산물 수입액은 약 125억3,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8% 증가했다. 올해 3분기 곡물 수입단가 또한 2분기 대비 13.4% 높아질 거라는 예상이다.

정부는 걸핏하면 우격다짐이다. 식품 가격이 뛰자 업계에 경고장부터 날렸다. 경제부총리가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 일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당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와 소관 부처를 통해 합동 점검하겠다며 으름장이나 놓고 있다. ‘시장 친화적 물가 관리’를 내세우며 농산물 관세 인하 등 간접 방식으로 물가 충격을 흡수해온 그간의 정부 모습과는 다르다. 

쌀값 안정시키려면 공급 줄이고 수요 늘려야...논에 벼 외에 밭작물 등 다양한 전작 추진해야

정치권은 생각이 짧아 보인다. ‘쌀 의무매입법’이라 불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전년보다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시장격리, 즉 매입·보관 후 일부 재판매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과생산이 예상하는 쌀이 50만t 정도인 점을 고려할 때 이 법이 통과되면 1조1,450억 원이 소요된다. 

쌀값을 안정시키려면 기본적으로 수급구조를 바꿔야 맞다. 공급은 줄이고 수요는 늘려야 한다. 쌀 공급을 줄이려면 벼 재배 면적부터 축소해야 한다. 논에 벼만 심을 게 아니다. 밭작물 등 다양한 전작을 추진해야 한다. 논에 다른 작물을 기르도록 2018∼2020년 시행한 ‘논 다른 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재개할 필요도 있다. 소비는 주식(主食)용에만 매달릴 게 아니다. 가공용이나 사료용, 전분용 등 타 용도로도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쌀 시장격리도 개선의 여지가 크다. 시장격리를 하려면 제때 하는 게 좋다. 올해처럼 시기가 늦어지고 그마저 나눠서 하다 보면 효과가 떨어진다. 돈은 돈대로 들면서 시장격리가 어려워진다. 최저가 입찰방식의 매입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쌀값 안정 외에 하락을 부추길 소지도 있다. 양곡관리법 규정도 형평에 안 맞는다. 쌀값 상승 시 시장공급은 의무 사항이나, 쌀값 하락 때 시장격리 매입은 임의 사항이다. 

그래봤자 이 모든 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한국 농업을 살리는 궁극적 해법은 농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길 뿐이다. 전업농 육성, 경작농지 광역화 등으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 농사 기술에 로봇, 드론,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접목, 지능화된 스마트팜으로 경쟁국 농업을 앞질러야 한다.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 걸쳐 고(高)부가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 정부 대책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간절한 이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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