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분 담보 대출금액이 5조원을 넘는 가운데 삼성·SK·현대중공업·GS 일가의 대출금액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이달 23일 기준 76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66개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개 그룹의 오너 일가 141명이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의 29.6%를 담보로 제공하고 5조3123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오너일가 구성원이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은 1년 전보다 약 4500억원 늘었는데, 삼성, GS, 현대중공업, 한국타이어 등에서 주로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3, 4세들의 신규 담보 대출이 증가한 때문으로 리더스인덱스는 분석했다.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이 경영자금이나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한 것으로 보았다.
대주주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은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거나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금액이 가장 많은 인물로는 삼성전자 주식 2101만주를 담보로 8500억원을 대출받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올랐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총 6500억원을 빌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2위, 삼성물산과 삼성SDS 보유주식을 담보로 총 3871억원을 대출한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4위에 올랐다.
삼성 오너일가는 계열사 보유지분 중 20.2%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1조8871억원을 대출받았는데 대부분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3위로는 ㈜SK 주식 343만8010주를 담보로 4065억원을 대출 중인 최태원 회장이 올랐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이 189억원을,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140억원을 담보대출 받는 등 SK그룹 오너 일가 10명의 계열사 주식(51.8%) 담보대출은 5575억원에 달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경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사장이 주식을 담보로 각각 3215억원과 50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GS그룹에서는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352억원,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315억원 등 오너 일가 33명이 보유 지분의 37.6%를 담보로 2870억원을 담보대출 중이었다.
이어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이 2631억원을 대출 중이었고, 한국타이어 그룹의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2500억원,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은 380억원을 각각 대출받았다.
롯데그룹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 보유지분 중 65.2%를 담보로 2062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 중 오너 일가의 보유 주식 담보 대출이 없는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했다.